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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인간의 이기심

[정운 스님] 인간의 이기심

by 정운 스님 2021.06.22

필자는 화초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 화초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지 않지만, 언제부터인지 화초 보는 즐거움에 여러 나무와 꽃을 집에 둔다. 필자의 집에 정원이 없다 보니, 실내에 화초를 둘 수밖에 없다. 종종 꽃을 선물받는데, 집안에 두면 며칠을 못 버티고 죽었다. 게다가 봄이 되면 야생화를 구매하는데, 며칠을 못 견디고 죽어간다. 이때마다 꽃집 주인을 탓하거나 속절없이 죽어가는 꽃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이사를 한 뒤에 야생화나 꽃을 야외에 두었고, 선물 받은 꽃은 창밖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게다가 서양란 꽃을 봄에 사서 창밖에 두었더니 4∼5개월 동안 꽃이 피어 있었다. 이때, 깨달았다. 식물은 야외에서 자연의 공기와 바람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였다.
운문 문언(864~949) 스님이 ‘한 가지 일을 체험하지 않고는 한 가지 지혜를 체득할 수 없다[不因一事 不長一智]’고 하더니, 맞는 말이었다. 당연한 이치를 경험을 통해서 피부로 느끼니,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근자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다. ‘반려伴侶’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어떤 동물이든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의미로 변화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TV에서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내용이 종종 많다. 필자가 우연히 시청했던 것 중에 반려동물이 심하게 사납거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서 그 반려동물을 교정하는 콘텐츠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몇 번 보면서 ‘중생의 습성習性이라는 것이 매우 뿌리 깊다’는 생각을 했다. 즉 동물이든 사람이든 조류이든 간에 자신이 쌓아온 업業에 길들여져 습관을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개(dog)는 늑대과이다. 자유롭게 자연에서 뛰놀며 사납게 사는 것이 개의 습성이다. 같은 개들끼리 서로 서열을 다투며, 자신의 영역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동물의 본성이다. 그런데 그런 야생의 동물을 집 안에서 인간이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맞춰서 길들여지도록 훈련을 시킨다. 훈련이 잘되지 않으면 목줄을 심하게 잡아당기거나 채찍을 가해서라도 길들인다.
모든 조류도 자유롭게 날도록 해서 본능대로 살게 해줘야 하는데, 자기 혼자 보겠다고 작은 새장 안에 가둬놓고 즐기고 있다. 닭 알을 많이 나으라고 좁은 닭장 안에 가둬 놓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인간 중심대로 살고 있으니, 얼마나 이기적인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모든 동물이나 조류 등에 오만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법구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무서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니 이러한 이치를 자신에게 견주어서 모든 생명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죽이지 말라.
어떤 미물이든 동물이든 채찍은 무섭고, 맛있는 것에 행복해한다. 아무리 미물과 동물일지라도 인간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자. 어떤 존재이든 간에 그 각자는 존귀한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