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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지구’라는 건물에 주인이 아닌 세입자

모든 존재는 ‘지구’라는 건물에 주인이 아닌 세입자

by 정운 스님 2021.07.06

일전에 필자는 ‘반려동물을 내 맘대로 길들이는 것도 일종의 인간 이기심에서 발로된 것’이라고 하였다. 이 연장선상에서 더 하고픈 말이 있다. 물론 글 쓰는 일을 하면서 내 편이 아닌 남의 편에 서보는 관점이 삶을 넓게 보는 것이요,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본다.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명상법을 알려주면서[처음 불교는 종교라는 형태는 아니었음] 그 당시 사회 관습에 반기를 들었다. 부처님께서 반대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당시 바라문[제사를 관장하는 사람]들이 ‘공희供犧’라는 제도로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 신에게 바치는 문제였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귀하다는 것도 있지만,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인간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가만두지 않는다. 모기나 나방, 하다못해 곤충조차도 인간 영역 안에 침입하면, 가차 없이 죽인다. 자기 방안에 작은 생명체가 들어오면, 살충제를 뿌리든지 난리를 쳐서 쫓아낸다. 그렇게 죽이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명체들은 서로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만이 자연과 생명체를 정복하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지구’라는 건물에 주인이 아닌 세입자이다. 잠깐 빌려 쓰고 떠날 건데, 인간은 늘 영원이라는 착각에 빠져 갑질을 한다.
<화엄경>에 “하나의 털 구멍 속에 수없이 많은 국토와 바다가 있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다.”라고 하였다. 또 ‘인드라망’이라는 그물이 있는데, 그물코마다 달린 구슬이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이렇게 비친 구슬이 또 다른 구슬에 비침으로써 무한히 확장된다. 이를 ‘화엄의 중중무진重重無盡 세계’라고 한다. 이처럼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에게 도움받는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든,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이든,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 세상은 굴러가게 되어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우리네 삶은 자연과 더불어 상부상조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니 이 세상 어느 생명체도, 혹 어느 누구도 잘난 척으로 군림할 수 없다. 불교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다 행복을 원한다. 폭력을 휘둘러 때리거나 존재를 해친다면 이런 사람은 미래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인간’이라고 너무 자만에 빠지지 말고, 자연과 모든 만물을 존중해 주자. 내 원하는 틀 안에 가두거나 내 원하는 방향으로 되어달라고 길들이는 것이 아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모든 만물과 공존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