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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

[한희철 목사님]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

by 한희철 목사님 2021.07.14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지치기가 쉬운데, 환한 햇살에 눅눅한 이불을 말리듯 그런 기분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영상 하나를 보았습니다. 우연히 접한 영상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영상 속에 담긴, 그 영상을 촬영한 자동차에 탔던 이들의 포복절도에 가까운 웃음만큼은 못했지만요.
영상 속 그 일이 일어난 곳은 수많은 자동차들이 꽉 막힌 올림픽대로였습니다. 차들이 늘어서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런 도로에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차선을 변경하는 일과 위험하게 차선을 바꿨다고 감정이 섞인 경적을 울려대는 일입니다.
영상 속에는 중앙분리대에 가까운 쪽 차선에 멈춰 서 있는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바깥 차선 쪽으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뒤의 차들은 양보를 하지 않고, 운전이 서툰 것인지 마음이 약한 것인지 과감하게 차선을 바꾸지 못한 채 도로 위에 멈춰 서 있었던 것입니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뒤에서는 경적을 울려댔을 터이니 운전자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충분히 짐작이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멈춰 선 차량의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두 손을 창밖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더니 뒤쪽의 차를 향해 두 손을 비비며 빌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 때 두 손으로 빌듯이, 바로 그런 모습으로 말이지요. 영상에서 들었던 웃음소리는 그 모습을 뒤쪽에서 바라본 이들이 서로 참지를 못한 채 터뜨린 웃음이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두 손을 내밀어 빈 효과는 매우 컸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모습 앞에 웃음을 터뜨린 운전자들은 그 차가 차선을 바꾸도록 충분히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안쪽에 멈춰 섰던 그 차는 차선 3개를 어렵지 않게 건널 수가 있었지요.
유쾌하게 웃으며 영상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속담이 있었습니다.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는 속담입니다. 무쇠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강하고 굳센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본래 무쇠라는 말은 ‘물쇠’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래서 무쇠를 ‘수철’(水鐵)이라고도 부르는데, 쇠 중에서도 무른 쇠를 뜻합니다.
아무리 쇠가 무르다 해도 쇠가 녹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이스크림 하고 쇠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더더군다나 누가 빈다고 무쇠가 녹는다는 것은 이치상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속담은 무쇠도 비는 데는 녹는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비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캐나다의 기온이 49.5도를 기록하는 등 세계 곳곳이 이상 기후로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빌면 무쇠도 녹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지금이야말로 하늘에 빌 때, 하늘의 긍휼과 용서가 필요할 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