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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내게 섬이 생겼다

[김민정 박사님] 내게 섬이 생겼다

by 김민정 박사님 2021.08.03

어쩌면 저 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여러 해 눈여겨봐도 찾는 이 하나 없는
그 안이 너무 궁금해 정박한 배 타려 한다

빈 섬을 채우려는 요사이 들떠 있다
까다로운 법 따위 모르는 건 다행인 일
바다를 가로지른 생각 이미 섬에 닿았다

더불어 지낼 사람 덩달아 따라오면
나무와 새 풀꽃은 그 손에 맡기리라
지켜 줄 짐승도 몇 마리 수풀에 풀어야지

나달나달 분 단위로 쪼개어 사는 나날
자질구레한 마음의 짐 뭍에다 벗어두고
어서 와 정히 쉬라며 저 섬이 날 부른다
- 이숙경, 「내게 섬이 생겼다」 전문

시의 화자처럼 나만의 섬이 있다면 좋겠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서 살면서, 자유롭다면 좋겠다.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의 호도」가 생각난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 엮어 진흙 바른 오막집 짓고/ 아홉 이랑 콩을 심고, 꿀벌 통 하나 두고/ 벌들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으리.// 또 거기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리 우는 곳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 한밤은 희미하게 빛나고 대낮은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의 잔물결 소리 듣고 있느니.// 한길이나 잿빛 포도鋪道에 서 있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 듣네.’ -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의 호도」 전문,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외웠던 시다.
우리의 삶은 늘 바쁘다. ‘나달나달 분 단위로 쪼개어 사는 나날/ 자질구레한 마음의 짐 뭍에다 벗어두고/ 어서 와 정히 쉬라며 저 섬이 날 부른다’ 이 구절의 초장처럼 우리의 삶은 분치기, 초치기를 하면서 사는 날들이 많다. 그 모든 자질구레한 삶의 짐들을 모두 벗어두고 조금은 여유롭게, 텃밭이나 가꾸며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것은 시의 화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모든 현대인이라면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다. 시인 예이츠가 살던 시대보다도 지금은 더 바쁘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는 이미 그런 섬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어쩌면 저 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여러 해 눈여겨봐도 찾는 이 하나 없는/ 그 안이 너무 궁금해 정박한 배 타려 한다’고 한다. 현실의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그런 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마음으로 갖는 섬이 아닐까? 그 안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섬, 그리하여 화자는 이미 마음의 배를 타고 그 섬을 향하고 ‘빈 섬을 채우려는 요사이 들떠 있다/ 까다로운 법 따위 모르는 건 다행인 일/ 바다를 가로지른 생각 이미 섬에 닿았다’고 한다.
나만의 섬으로 가꾸는 일,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몫일 것이다. ‘더불어 지낼 사람 덩달아 따라오면/ 나무와 새 풀꽃은 그 손에 맡기리라/ 지켜 줄 짐승도 몇 마리 수풀에 풀어야지’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더없이 평화로운 삶이 되리라. ‘어서 와 정히 쉬라며 저 섬이 날 부른다’고 한다. 그렇게 섬으로 떠나 조용히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의 안식처인 섬으로 이 여름엔 피서를 떠나도 좋으리라. 코로나와 이상 기후와 무더운 불볕더위로 힘든 요즈음, 스스로의 안식처를 찾는 현명한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이 시에서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