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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인생에 짊어진 ‘그’ 십자가

[정운 스님] 인생에 짊어진 ‘그’ 십자가

by 정운 스님 2021.08.03

요즘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번 올림픽 국대 선수 중에는 ‘도쿄올림픽 Z세대’라 불리는 10대 어린 친구들이 많다. 이들은 뉴스에서 연일 화제다. 메달을 획득해서가 아니라 운동 기량도 좋고, 패배를 해도 당당하다. 이들 가운데 양궁에서 2관왕에 오른 고등학교 학생 K 선수가 있다. TV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20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친구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가 키웠고, 아버지도 운동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이 어린 친구가 가장이라고 한다. 필자는 K 선수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K 선수는 초등학교, 중학생 때 얼마든지 나쁜 길로 빠져서 불량 청소년으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더 많았을 거다. 혹 K가 불량 청소년이라고 해도 ‘집안 형편이 좋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수긍할 수도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K는 어린 시절부터 ‘훈련 벌레’라고 할 만큼 양궁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극복해) 지금의 국대 선수가 되었다.
20년 전에 감옥을 탈출해 2년 만에 잡힌 세상을 시끄럽게 한 S 죄수가 있다. 현재 S 죄수는 감옥에서 공부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이런 인터뷰를 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나를 칭찬해 주고 복돋워 주는 선생이 있었다면, 나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이 내용을 뉴스로 접하는 순간, 고개를 저었다. 왜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가(?)’이다. 물론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 불행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자기 탓으로 돌려야 한다. 삶에 벌어진 모든 현실은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법이다.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신하는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현실의 그 어떤 상황[행복ㆍ불행]이든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중국 당나라 때, 배휴(裵休, 797∼870)는 당나라 때 학자요, 재상이다. 원래 배휴는 ‘배탁’이라는 동생과 쌍둥이로 태어났다. 부모가 죽고, 의지할 데가 없어 외삼촌 댁에 있는데, 어느 관상가가 쌍둥이를 보더니, ‘거지가 될 상’이라고 예언했다. 그 말을 들은 쌍둥이는 외삼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집을 나와 떠돌아다녔다. 이런 와중에 쌍둥이가 헤어졌다.
구걸하며 살던 배휴는 어느 목욕탕 앞에서 큰돈을 주었다.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배휴는 그 돈을 들고 목욕탕 앞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그렇게 돈을 돌려주었고, 또 구걸하며 살다 몇 년 후 외삼촌 댁에 들렸다. 마침 수년 전에 예언한 관상가가 있었는데, 배휴를 보더니 깜짝 놀라 했다. 그 연유를 물으니, 배휴는 앞으로 ‘재상이 될 상’이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관상가가 말했다.
“예전에는 너의 관상을 봤었고, 오늘은 너의 심상心相을 보았다. 너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물었다. 이후 배휴는 외삼촌 댁에서 학문을 연마해 재상이 되었다. 훗날 동생을 만났는데, 그 동생은 뱃사공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인간은 평등하다. 즉 어느 누구에게나 삶에 주어진 고통은 똑같다는 점이다. 평등하게 짊어진 십자가를 내려놓고 패배자로 사는가? 끝까지 짊어지고 견뎌내는가는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결코 자신의 현실을 밖으로 돌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