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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그대 몸과 마음부터 챙기시오.”

[정운 스님] “그대 몸과 마음부터 챙기시오.”

by 정운 스님 2021.08.10

며칠 전에 불교신자 두 분이 나를 찾아왔다. 필자는 학자로 살다 보니, 사찰에 신도가 많지 않다. 이분들과 대화하는 중에 한 불자님이 인등[불상 옆에 있는 작은 등불]에 자기 식구들 이름을 걸고 싶다고 했다. ‘누구 이름을 쓰고 싶냐?’고 물었더니 남편과 자식 이름을 쓰고 싶다고 하였다. 필자가 물었다.
“불자님, 왜 자기 이름은 쓰지 않으세요?”
“저야, 뭐…. 남편과 아이들만 잘 되면 되지요.”
“안됩니다. 남편과 자식 이름은 쓰지 말고, 불자님 이름만 쓰세요.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이 잘 되어야 남편과 아이들도 잘 되는 겁니다.”
불교신자가 아닌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재설명을 해보자. 어떤 종교든지 여성 신도들은 교회를 가거나 사찰에 가서 자신의 안위를 기도하는 엄마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성 신자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점에 반기를 든다.
앞의 대화에서 필자가 말한 것처럼 여성 신자들은 사찰이든 혹 교회를 가든 자신을 위한 기도가 먼저여야 한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자기가 건강하고 잘 되어야 자식도 돌보고, 남편도 보좌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 필자는 여성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쁜 행동을 참회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자신에게는 참되고, 남에게는 어떻게 도움 줘야 하는지에 대해 기도하세요.”
마침 이즈음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현대인들의 ‘번아웃(burnout)’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 중에 어느 주부가 인터뷰를 하였다. 그 주부는 건강이 악화되었는데, 병원에서 번아웃 병명을 받은 터였다.
그분의 인터뷰를 보니, 열정 있는 분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학교에 꼭 데려다주었다. 아이가 운동을 하다 보니, 아이가 먹는 음식이나 선생님과의 관계 등까지 꼼꼼히 챙겼다. 기자가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어머니의 삶이 없으셨던 거네요? 본인의 삶이요?”
“제 삶은 아이들이 제 삶이었죠. 신랑도 제 삶이었구요. 제가 이렇게 가족을 우선순위로 했는데, 그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그녀의 답변을 보면서 저렇게 자신은 제쳐두고, 남편과 아이들을 우선으로 하니 번아웃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번아웃은 신체적인 과로도 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 때, 허탈감에서 오기도 한다. 결국 자존감을 상실하면서 우울증이 함께 오는 것이다. 번아웃은 신체 아웃보다는 마음 아웃이 훨씬 크다고 생각된다.
자! 그러니 우선 자신부터 챙기자.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가족도 돌보고, 주변도 챙길 수 있는 법이다. <법구경>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자기 자신을 주인으로 삼으라. 나 이외에 별도로 주인이 없다. 조련사가 말을 잘 다루듯이 자기 자신을 잘 다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