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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흐린 날 산에 오르다

[김민정 박사님] 흐린 날 산에 오르다

by 김민정 박사님 2021.08.16

우거진 여름 산을/ 타박타박 오른다
쏟아지는 녹음 뚫고/ 깊은 골 넘다보면
산까치 곤줄박이 울음/ 초록물이 뚝뚝 진다

동요 속엔 마음도/ 파랗게 물든다지
물푸레 느릅나무/ 겹겹이 에워싸도
생각은 독버섯처럼/ 갈피갈피 붉어져

사람은 함부로/ 숲이 되지 못하는가
산그늘 짙게 드린/ 그 너머 아린 무늬
무심사 만종소리만/ 불현듯 환해진다
- 장기숙, 「흐린 날 산에 오르다」 전문

‘흐린 날 산에 오르다’는 실제 날씨가 흐리거나 마음이 우울한 날 산에 오른다는 뜻일 것이다. 화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혼자 우거진 여름 산을 오르고 있다. 흐린 날인데도 ‘녹음은 쏟아지고, 산까치 곤줄박이가 울고 그 울음 속에 초록물이 뚝뚝진다’고 한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구의 이상 기온으로 50도 이상 오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너무 가물어 산불이 나는 곳이 많다. 최근의 호주의 산불, 아마존의 산불, 터키 산불, 남유럽, 북미 서부,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여러 곳에서 산불이 나고 있어, 우리 지구의 이상 기온이 인류의 멸망까지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선 태풍과 장마로 폭우가 동반되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그동안 지구를 너무 홀대한 것일까? 지구의 여러 가지를 이용만 하면서, 너무 못살게 굴어 드디어 지구도 화가 난 것일까? 성경에 보면 노아의 홍수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심한 홍수가 있었다고 한다. 자연 기후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태풍도, 해일도, 산불도, 가뭄도...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둘째 수에 오면 화자는 동요를 생각한다. ‘동요 속엔 마음도/ 파랗게 물든다지// 물푸레 느릅나무/ 겹겹이 에워싸도// 생각은 독버섯처럼/ 갈피갈피 붉어져’ 동요를 생각하며 마음까지 파랗고 건강하게 물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게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 우리들의 생각이란 ‘독버섯처럼 갈피갈피 붉어진’다고 한다.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뒤집어 마음을 넓게 쓰면 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우리들 일상의 삶이기도 하다.
화자는 생각한다. ‘사람은 함부로/ 숲이 되지 못하는가// 산그늘 짙게 드린/ 그 너머 아린 무늬// 무심사 만종소리만/ 불현듯 환해진다’고. 그래 이 나무 저 나무 모든 나무가 살게 하고 풀도 이끼도 자랄 수 있도록 숲을 지니는 일은 인간의 마음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 모두 넓은 마음을 가진다면, 부처가, 예수가, 공자가, 마호메트를 우리는 왜 성인이라 부르겠는가. 우리가 지니지 못한 것을 그들은 지녔기에 우리는 그들을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겠지….
어제, 그제 1박 2일 만해마을 ‘제60회 한국문학 심포지엄’에 참여하여 「격변기의 시조와 국난 극복 의지」라는 소논문을 발표하고 돌아왔다. 처음에는 160명, 두 번째는 80명, 그다음엔 49명으로 줄이라고 하여 47명이 참여하여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몇 백 명이 몰리던 심포지엄에 듬성듬성 앉아 강연을 들었고, 1식탁, 1인 식사를 하면서 코로나 시국을 실감했다. 그리고 만해마을을 둘러싼 강원도의 푸른 산천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진 하루였다. 아무 탈 없이 오래오래 금수강산이 지켜지기를 기원하며 코로나도 빨리 줄어들고, 종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