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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리더에 대한 단상

[김재은 대표님] 리더에 대한 단상

by 김재은 대표님 2021.08.17

지리한 장마 대신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쳐갈 무렵 입추가 살며시 찾아왔다. 왜 쭈볏쭈볏하나 했더니 말복이라는 다른 아이가 뒤에 서 있어서 그랬나 보다. 자연도 세상도 참 신기하다. 견디고 버티다 이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작은 선물을 내민다. 절대로 쓰러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무더위에 지쳐갈 때 선선한 바람을, 삶에 허덕이며 쩔쩔맬 때 작은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도 그러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데 계속 참고 견디라 하니 착하게 살아온 장삼이사들은 어찌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막연한 희망조차 희미해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게 있다. 아니 필요한 사람이 있다. 바로 리더이다.
리더란 이쪽으로 가자(go)며 삶과 세상의 현재와 미래로 가는 여행(travel)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방향을 제시하며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그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양해를 구하고 함께 이익이 되는 다른 길을 찾는 사람이다. 하지만 리더가 길을 안내하면서 자기 생각, 자기 고집, 자기 이해에 매몰되어 민초들을 침몰시킬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적 감정이나 특정인(집단)의 이익을 따라 이끌어 가는 순간 공동체는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좋은 게 좋다는 두루뭉술한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는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에 막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출세했다고, 어떤 자리에서 일을 했다고, 살아온 삶은 무시한 채 인기투표하듯이 리더를 뽑는 경향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무시하면 안 된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하며,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국가마다 상황이나 사정이 다르지만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위원회는 핀란드 의회의 하나의 상임위원회다. 십수 명의 국회의원들이 일상적으로 미래를 진단하고 국가 차원의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공식 보고서를 발표하고 세미나도 개최한다. 더불어 끊임없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가의 리더가 될 사람은 오랜 시간 이 미래위원회에 참여하여 공부하고 토론하며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한 훈련을 하게 된다.
리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땀을 흘려 준비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하며 리더를 하겠다며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어설픈 애국심이나 인기영합적 언술과 정책으로 민초들의 환심을 사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농부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리더가 되려 하는 사람은 씨앗을 뿌린 후 수확할 때까지 끊임없이 가꾸고 시간을 견뎌내는 농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절대로 거저 얻으려 하지 않고 정직하게 땀을 흘리는 농부가 될 때 리더십은 절로 생기게 된다.
리더에 대해 한 마디 더 언급하면 리더는 온전히 공공에 헌신해야 하기에 리더의 역할 외에 다른 것을 더 손에 쥐려 하면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안 되겠지만 행여 기회라도 원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큰 행동을 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권력론에서 권력은 차갑고 냉혹하다고 말했지만 이제 조금 다른 권력, 다른 리더의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우리 스스로 삶의 주인, 공동체의 주인이 되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때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막말과 허언,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하는 시절, 헌신과 진정한 책임감으로 국민을 위하고 봉사하는 리더, 민초들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하게 할 진짜 리더(치어리더 같은 존재)는 어디에 있을까?
가을이 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도 익어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