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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울렁거리며 다녀온 울릉도

[이규섭 시인님] 울렁거리며 다녀온 울릉도

by 이규섭 시인님 2021.09.03

동해에 떠 있는 신비의 섬 울릉도를 울렁거리며 다녀왔다. 첫 번째 울렁거림은 심한 뱃멀미다. 강릉항서 이른 아침 출발한 쾌속선이 1시간 정도 달렸을까 파도에 널뛰기를 한다. 승객 대부분이 구토를 하고 승선원들이 구토 봉투를 나르느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고생한다. 화장실을 가려는데 허공을 딛는 것처럼 힘들다. 세 시간 걸려 저동항에 도착하니 승객들은 파김치다.
두 번째 울렁거림은 울릉도 일주도로 완주의 설렘이다. 울릉도를 몇 차례 다녀왔지만 3년 전 섬 일주도로 관통 이후 처음이다. 착공 55년 만에 일주도로가 뚫렸다는 보도가 났을 때 꼭 한번 둘러봐야지 마음먹었다. 울릉도 일주도로는 1976년 본격 공사에 들어가 2001년까지 전체 길이 44.5㎞ 가운데 39.8㎞가 완공됐다.
내수전∼섬목 구간은 암반 산악지대에 해안 절벽으로 난공사 지역이라 장기간 중단됐다. 2008년 국가지원 지방도로로 승격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하여 4.75㎞ 구간이 2018년 12월 28일 개통됐다. 일주도로 개통으로 도동항에서 천부리까지 1시간 30분 걸리던 길을 반대 방향으로 10여 분이면 갈수 있게 됐다.
25인승 승합차로 운전기사 겸 가이드의 안내로 일주도로를 돌았다. 도동-사동-통구미-태하-현포-나리분지-삼선암까지는 옛 그대로다. 내수전∼섬목 구간은 내수전 터널(1521m)과 와달리 터널(1925m), 섬목 터널로 길을 냈다.
울릉도를 처음 들린 것은 29년 전인 1992년. 울릉도 개척민 1세대로 최고령인 당시 107세 우태인 옹을 인터뷰하면서다. 그 뒤 한 가구만 사는 죽도, 오징어잡이 배 승선 르포, 야생화 탐사 등 몇 차례 들렸고, 파고에 일주일 동안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이번에도 파도에 뱃길이 끊겨 하룻밤 더 묵었다.
그날 저녁 8시경 행정안전부에서 발송한 문자를 받았다. 태풍으로 인한 강한 비와 바람이 예상되니 해안가 등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다.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고마움에 앞서 개인의 동선이 노출되어 감시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발이 묶인 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관음도에 들렀다. 관음도는 울릉도 부속 섬 중 하나로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깎아지른 듯한 현무암에 둘러싸여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땅이다. 2012년 길이 140m, 높이 37m, 폭 3m의 섬목∼관음도 사이 연도교가 놓이면서 접근이 쉬워졌다. 연도교를 건너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자 원시의 땅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아래는 죽도와 삼선암이 그림처럼 떠 있다.
나리분지의 주막집도 새롭게 단장됐다. 삼나물 회무침에 씨껍데기 술맛이 일품이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씨앗 열 가지로 빚은 씨껍데기술은 입안에 감도는 향이 혀끝을 감친다. 이른 봄 눈 속에서 싹을 틔우는 삼나물은 눈개승마라고하며 약효가 탁월하다. 인삼 맛, 두릅 맛, 고기 맛 세 가지 맛이나 삼나물이라 불린다.
관광지도 세월 따라 업그레이드된다. “여러 번 가봤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다리 떨리기 전에 여행의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도 건강한 삶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