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 아름다운사회

[한희철 목사님] 웃음은 힘이 세다

[한희철 목사님] 웃음은 힘이 세다

by 한희철 목사님 2021.09.08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람과 해가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지 시합을 하지요. 먼저 바람이 나서 나그네의 옷이 벗겨질 만큼 강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럴수록 나그네는 자기 옷을 더 꽉 붙잡았습니다. 이번에는 해가 나서 따뜻한 볕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더위를 느낀 나그네는 옷을 벗었습니다. 위력으로 보자면 바람이 더 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강한 것은 따로 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몇 해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친구와 함께 한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조용한 숲속에 작은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요한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수도원을 따라 숲으로 난 길을 산책하던 중에 한 호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호수는 마치 나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호수 주변에는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어 그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묵상에 잠기도록 해 주었습니다.
천천히 호수 주변을 걷던 중 한 팻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이 적힌 작은 팻말이었는데, 팻말에는 다음과 같은 뜻밖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도자 외에는 물 위를 걷는 것을 금합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얼마든지 <수영금지>라는 표지판을 세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붉은색으로 크게 써서 말이지요. 어쩌면 호수에는 악어가 산다고 겁을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택한 것은 유머였습니다. 팻말에 적힌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대번 알아챘고, 수영할 마음도 없었지만 설령 그런 마음이 들었더라도 그 글을 읽고는 얼른 포기를 할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나는 물 위를 걷는 것을 허락받은 수도자가 아니니까요.
며칠 전 강원도 양양을 찾아가던 중 원통에 있는 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오래전 그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식사 전에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더니 글이 적힌 종이가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누런 테이프로 사면을 붙인 허름한 방식이었는데, 그곳엔 다음과 같은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왜 호랑이가 산에 없는지 아세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의 호랑이들은 폐암으로 모두 죽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키득키득 웃음이 났습니다. 나만 보는 것이 아쉬워서 사진을 찍었고, 몇몇 사람들에게 사진을 전하며 웃음을 나눴습니다. 요즘은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혹 식당을 찾은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려 꺼냈다가도 그 글을 보면 괜히 머쓱하여 도로 집어넣을 것 같았습니다.
억지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강제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보다는 웃음을 통해 하는 일이 더 효율적입니다. 웃음은 힘이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