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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주먹구구식 K 방역

[이규섭 시인님] 주먹구구식 K 방역

by 이규섭 시인님 2021.09.17

K 방역이 기묘하다. 추석 때 가족 모임은 8명까지 허용하면서 야외서 하는 성묘는 4명으로 제한했다.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모임 장소도 ‘가정’내로 제한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 성묘하러 갈수 없다. 백신 인센티브가 적용되면서 4단계 지역에서도 식당과 카페 등은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6인까지 모임을 할 수 있는데 왜 야외 성묘를 4명으로 제한했는지 알쏭달쏭하다.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다.
식당과 카페의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다시 1시간 연장했다. 금지 시간을 오락가락 반복하는 것은 방역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적용 잣대가 고무줄이라 이해하기 어렵다. 동네 목욕탕 탈의실 평상에 앉으면 안 되고 드라이와 빗을 쓸 수 없어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실ㆍ내외 체육시설에서 샤워를 할 수도 없다. 이른 아침 근린공원에 운동을 나가거나 등산로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도 융통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 장기화로 700만 자영업자는 생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집합 제한 조치로 벼랑 끝에 몰려 한밤 차량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자영업자 시위에는 강력 대응하면서 민노총 불법은 눈 감아 더 분노한다. 정당 경선에서는 지지자 수백 명이 밀집하는 경우가 많아도 ‘공적 활동’이라 묵인하면서 4단계에서 1인 시위만 허용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
결혼식은 식사 제공을 하지 않으면 참석 인원이 99명까지 허용된다. 단 식사를 할 경우엔 기존처럼 49인까지만 가능하다. 식사 금지 조치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49명 기준일 때는 예식장에서 보증 인원을 300명의 50%로 줄여 줬는데 99명 기준이 생기면서 보증 인원이 210명으로 늘었다. 보증 인원이 210명인 경우 하객들을 식사 대접 없이 99명을 초대하면 남은 답례품 111명분은 예비부부가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회원들은 서울 도심에서 결혼식 방역지침 개선을 요구하는 이색 화환 시위를 벌이며 “결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국민의 힘 윤주경 의원이 국무조정실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시간대별 데이터’를 요구했더니 “(데이터를)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정확한 접촉 시간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며 공공장소나 식당에 갈 때마다 출입 명부를 작성하거나 QR 코드 체크에 성실하게 협조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 통계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정교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런 데이터가 없다니 어처구니없다. 7월 초부터 이어진 확진자 네 자리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거리 두기 조치의 약발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환 시점을 10월 말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백신 2차 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일상 복귀는 절실하지만 ‘위드 코로나’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