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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병영 드라마 뜨거운 반향

[이규섭 시인님] 병영 드라마 뜨거운 반향

by 이규섭 시인님 2021.09.24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장안의 화제다. 탈영병을 쫓는 DP(Deserter Pursuitㆍ탈영병 체포조)를 중심으로 쫓는 군인들과 쫓기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D.P.’의 배경은 2014년 강원도의 한 육군 헌병부대다. 극 중에는 수면 중인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씌우고 물고문하기, 못 박힌 벽 쪽으로 후임병을 밀어내며 상처 주기, 어려운 형편의 후임병 어머니 편지를 선임병이 소리 내어 읽으며 ‘너희 집 거지냐’고 폭언하기, 야간에 후임병 단체로 집합시켜 구타하기 등 가혹행위를 사실감 있게 그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D.P.’가 군대 부조리 상황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는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05년에 제대했다는 한 20대 남성은 “내 군대 생활을 보는 것 같다”고 공감을 드러냈다. 2030 예비역 남성들 사이에서는 “드라마를 보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도질 지경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당시 군대 상황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4년에는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이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집단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무장 탈영한 병장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군대 내 가혹행위 의혹은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드라마의 소재가 된 군내 인권 침해,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군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710건의 상담 신청이 접수됐는데, 상해, 폭행 등 구타와 모욕, 폭언 등 언어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이 늘었다고 한다.
‘D.P.’드라마 인기 폭발에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성추행, 부실 급식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될까 우려한다. 우연의 일치지만 탈영병 잡는 DP 병사 보직이 내년부터 사라진다고 한다. 병사를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도 ‘군 문화를 바꾸겠다’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하며 가세했다. 북한 매체도 ‘D.P.’드라마를 조명하며 남조선 군부의 심각한 부패상을 그대로 폭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내년 7월 1일부터, 육군은 8월 1일부터 각각 탈영병을 체포하는 임무를 전담하던 DP병사 보직을 폐지한다. 현재 육군 군사경찰 소속으로 돼 있는 군내 DP병은 약 100여 명이다. 탈영병 체포조는 통상 조장, 조원 등 2인 1조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이들은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닐 수 있다. 활동비도 지급되고 수갑 등 장비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육군과 달리 해군과 공군, 해병대는 DP병을 따로 두지 않고 탈영 사건 발생 시 간부인 군 수사관이 담당해왔다.
시민단체 군 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인권 보호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독일에서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니 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