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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인류에 가장 무서운 병, 치매

[정운 스님] 인류에 가장 무서운 병, 치매

by 정운 스님 2021.09.29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지인이 치매로 고생하는 것을 보았고, 또 주변에서 치매 걸린 부모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필자의 부모와 스승이 연로한데다 지인들 중에도 연로한 분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치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이러던 차에 뇌 연구와 관련된 유튜브[YouTube : TV 공영방송에서 방영한 것]를 보았다. 노년의 삶과 뇌, 노년의 치매를 면밀하게 연구한 내용이다. 이 영상에서 미국 시카고에 있는 러시 대병원의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소개했다. 기억력 노화 프로젝트로 뇌의 저항력과 회복력에 대한 것을 다루었다.
연구소에서 몇 십 년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중인데, 치매에 걸리지 않고 사망한 노인의 뇌를 기증받은 이야기가 있다. 기증받은 뇌는 사후 12시간 이내에 연구소로 보내졌고, 냉동 보관했다가 후에 그 뇌를 해부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뇌의 해마가 줄어들었고, 해마 정도로 봐서 생전에 치매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다. 즉 살아있을 때는 치매 증세가 없이 살다가 죽었는데, 사후에 뇌를 해부해 보니 치매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뇌는 치매에 걸렸지만, 죽을 때까지 그 증상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의 50%가 신부님과 수녀님의 뇌에서 발견되었다. 연구소에서는 고인이 치매 유전자가 있었지만, 치매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종교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원인으로 꼽았다.
물론 방송 말미에는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좋은 사람이나 사람들과 늘 대화하고,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였다. 필자는 치매란 종교와 상관없이 유전인자로 발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이번에 알고서 적잖이 놀라웠다.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 과학 코너에 “기도와 명상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며, 치매를 예방한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내용 중에는 저명한 두뇌 과학자가 환자에게 실험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논문에 의하면, 필라델피아에 사는 A라는 환자를 치료한 사례이다.
A는 평범한 교육수준에 명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미국의 전형적인 사람이다. A는 평생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를 한 뒤에 점점 기억력을 상실하며, 정신 건강이 점차 쇠약해지고 있었다. 두 의사가 A에게 매일 12분씩, 8주간 명상을 함께 했다. 이후 A의 정신 상태를 조사하고, 두뇌를 스캔해 보았더니, A의 정신 건강이 50% 이상 좋아졌다.
물론 A이야기는 치매 증세가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 경도 상태였을 것으로 본다. 또한 똑같은 실험 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은 나이 들면, 몸과 마음이 쇠퇴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치매와 뇌기능 저하는 인류의 가장 큰 병이다. 본인만이 아니라 주변에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치매와 관련한 좋은 음식이나 운동, 연구가 종종 발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힘들고 벅차더라도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자신의 정신이 건강할 때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