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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공과(功過)의 평가

[이규섭 시인님] 공과(功過)의 평가

by 이규섭 시인님 2021.10.01

‘파란 하늘 오월에 하얀 눈이 내려와/아름다운 청와대에 소복이 쌓여가네//순결하고 고귀한 목련의 빈자리에/이팝나무 쌀 꽃이 수줍게 미소 짓네//(중략) 내 마음 이팝나무 저 꽃이 쌀이라면/이 나라의 모든 국민 배부르게 먹을 텐데/반드시 이루리라 경제대국을 만들리라/국민의 웃음소리 온 나라에 울리리라’//(하략)
‘뮤지컬 박정희’의 주제를 가장 잘 살린 OST ‘쌀 꽃 이팝나무’다. 이팝나무가 쌀 꽃처럼 흩날리는 무대를 배경으로 울려 퍼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하여 옛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을 눈여겨 살폈다. 박정희는 국민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혼신의 힘을 쏟았다. 박근혜를 주제로 한 ‘내 나이 스물셋’이 흘러나올 땐 눈시울을 적시는 관객들도 보인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도 박정희의 빛과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박정희’는 5ㆍ16과 깡패 소탕, 광부와 간호사의 파독, 베트남전쟁 참전, 정주영(현대)과 경부고속도로, 이병철(삼성)과 한국비료공장, 박태준과 포항제철, 새마을운동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고도성장 과정에서의 ‘유신’ 정치, 독재 타도 시위, 김재규 총에 쓰러지는 박정희의 최후 등 어두운 면도 진솔하게 담았다. 육영수 여사의 소록도 방문, 박정희의 어린 시절 등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적 요소도 양념으로 담았다.
추석 연휴 낮 공연인데도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홍대부근으로 착각) 대극장은 1,2층 만석(거리두기 좌석 제외)이었다. 뮤지컬을 제작한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대표가 무대 인사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170분의 긴 공연인데도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뜨겁게 호응했다. 무대인사 땐 관객 전원이 기립 박수를 보냈고,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열렬 팬도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엔 공(功)과 과(過)가 공존한다. 경제성장의 상징인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보릿고개를 사라지게 한 것만도 커다란 업적이다. 하지만 유신정치로 민주화를 탄압한 독재자란 비판도 받았다. 서슬 푸른 긴급조치 시절 주요 기사는 숨죽인 채 1단으로 처리되고, 홍보기사는 대문짝만 하게 취급하며 절대 권력에 분노했다.
공과 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 된다. 박정희는 한국이 오늘날 선진국이 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독재자로 몰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왜곡된 평가다.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편향되게 평가하는 것은 청산해야 할 적패다. 공과 과의 편향된 평가는 공정하지 못하고 미래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위민정치로 태평성대를 연 당 태종 이세민은 ‘하나의 악으로 그 선을 잊지 말고, 작은 흠으로 그 공을 덮지 마라(不以一惡忘其善, 勿以小瑕掩其功)’며 편향된 공과 평가를 경계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남의 허물만 들추거나 허물을 만들지 말고 너그럽게 감싸주고 포용할 때 삶에도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