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 대표님] 오징어 게임
[김재은 대표님] 오징어 게임
by 김재은 대표님 2021.10.12
벌써 50년이 더 지났나 보다. 우리 집이 종가는 아니었지만 종가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 터라, 없는 살림이었지만 시제를 지냈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우리 형제들은 평소 꿈도 못 꾸던 제사 음식들에 눈독을 들이곤 했다. 말 그대로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느 해 시젯날인가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이미 시제가 끝나고 집안이 썰렁했다. 제사 음식이 남으면 먹을 수 있다는 엄청난 기대감으로 달려왔는데 상황 끝이라니…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다. 부모님이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서러운 울음의 중심에 오징어채볶음이 있었으나 감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난한 살림에 ‘그것’을 다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도 알았었나 보다. 지금도 오징어채볶음 반찬을 보면 그 때 일이 떠올라 잠시 마음이 짠하지만 손이 가지는 않는다. 그때의 서러움이 다시 복받칠까 봐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징어는 연체동물로 무척추동물인지라 뼈대 있는 있는 집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징어채에서 보여지듯 진화적으로는 한 수 위인 다른 물고기인 어류보다 왜 인기가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오징어 하면 떠오르는 것 하나를 들라면 단연 먹물이다. 오징어는 연체동물이라 딱딱한 껍질이나 뼈가 없기 때문에 포식동물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견고한 갑옷 대신, 물을 까맣게 물들여버리는 걸쭉한 검은 액체인 먹물을 가졌다. 먹물을 쏘면 포식동물은 당황하여 주의를 돌리게 되고, 물속에 퍼지는 그 검은 구름 덕분에 주위에 있는 다른 오징어들도 위기를 알아채고 도망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오징어 먹물은 소스나 파스타, 쌀 요리에 넣으면 독특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검은색과 바다의 환상적인 짜릿한 맛을 더해 준다. 순간 먹물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오징어를 먹기는 힘들었지만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 아이들과 오징어 게임을 하곤 했다.
땅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편을 나누어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원을 가거나 함께 놀 친구가 없어 놀이 과외까지 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얼마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지.
한국 감독과 한국 배우들이 만들고, 미국 영화 플랫폼 회사가 전 세계 90여 개국을 대상으로 선보인 새로운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어릴 적 그 게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웹드라마이다.
프랑스에서는 팝업스토어에 사람이 몰려 난투극이 발생하기도 했고, 드라마에 등장한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코너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 소식이다. 영국 BBC도 놀이터라는 추억 공간에 살인을 추가하며 선을 보이는 등 새로운 시각에 대한 반응을 보이며, 오징어 게임 에피소드가 세상을 움켜잡았다고 대서특필했고, 에미상 후보에도 오를 거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오징어 게임’에서 무한 경쟁,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의 피해자들이 빚을 갚으려 오히려 그들을 내몬 시스템을 추종하여 생존게임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은 우리 현실과 그대로 닮아있다. 관객들은 불편해하면서도 재미있게 바라보지만, 황동혁 감독의 말대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적 가치가 우리의 삶의 가치가 될 수 없다는데 공감이 간다.
어찌하든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즐기기만 하고 부조리한, 불평등한 시스템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무시한다면 그 오징어는 우리 세상에 먹물을 뿜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오징어 게임을 하며 놀던 어릴 적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느 해 시젯날인가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이미 시제가 끝나고 집안이 썰렁했다. 제사 음식이 남으면 먹을 수 있다는 엄청난 기대감으로 달려왔는데 상황 끝이라니…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다. 부모님이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서러운 울음의 중심에 오징어채볶음이 있었으나 감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난한 살림에 ‘그것’을 다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도 알았었나 보다. 지금도 오징어채볶음 반찬을 보면 그 때 일이 떠올라 잠시 마음이 짠하지만 손이 가지는 않는다. 그때의 서러움이 다시 복받칠까 봐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징어는 연체동물로 무척추동물인지라 뼈대 있는 있는 집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징어채에서 보여지듯 진화적으로는 한 수 위인 다른 물고기인 어류보다 왜 인기가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오징어 하면 떠오르는 것 하나를 들라면 단연 먹물이다. 오징어는 연체동물이라 딱딱한 껍질이나 뼈가 없기 때문에 포식동물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견고한 갑옷 대신, 물을 까맣게 물들여버리는 걸쭉한 검은 액체인 먹물을 가졌다. 먹물을 쏘면 포식동물은 당황하여 주의를 돌리게 되고, 물속에 퍼지는 그 검은 구름 덕분에 주위에 있는 다른 오징어들도 위기를 알아채고 도망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오징어 먹물은 소스나 파스타, 쌀 요리에 넣으면 독특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검은색과 바다의 환상적인 짜릿한 맛을 더해 준다. 순간 먹물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오징어를 먹기는 힘들었지만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 아이들과 오징어 게임을 하곤 했다.
땅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편을 나누어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원을 가거나 함께 놀 친구가 없어 놀이 과외까지 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얼마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지.
한국 감독과 한국 배우들이 만들고, 미국 영화 플랫폼 회사가 전 세계 90여 개국을 대상으로 선보인 새로운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어릴 적 그 게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웹드라마이다.
프랑스에서는 팝업스토어에 사람이 몰려 난투극이 발생하기도 했고, 드라마에 등장한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코너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 소식이다. 영국 BBC도 놀이터라는 추억 공간에 살인을 추가하며 선을 보이는 등 새로운 시각에 대한 반응을 보이며, 오징어 게임 에피소드가 세상을 움켜잡았다고 대서특필했고, 에미상 후보에도 오를 거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오징어 게임’에서 무한 경쟁,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의 피해자들이 빚을 갚으려 오히려 그들을 내몬 시스템을 추종하여 생존게임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은 우리 현실과 그대로 닮아있다. 관객들은 불편해하면서도 재미있게 바라보지만, 황동혁 감독의 말대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적 가치가 우리의 삶의 가치가 될 수 없다는데 공감이 간다.
어찌하든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즐기기만 하고 부조리한, 불평등한 시스템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무시한다면 그 오징어는 우리 세상에 먹물을 뿜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오징어 게임을 하며 놀던 어릴 적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