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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온 가족이 앉아 식사하기

[정운 스님] 온 가족이 앉아 식사하기

by 정운 스님 2021.11.02

부모가 자신에게 주는 어떤 이익보다도 또 친척들이 어떤 이로운 것을 자신에게 베풀지라도 자신의 바른 마음에서 생기는 행복이 가장 크다. - 「심의품」 #43

요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유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유튜브까지 온통 오징어 게임 이야기다. TV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깐부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노년의 O배우의 인터뷰가 있었다. O배우는 78세로 58년 동안 연기생활을 했던 베테랑 배우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노배우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가 가장 행복하십니까?”
“가족끼리 다 같이 앉아서 밥 먹으면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 모두가 오순도순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끼리 다 같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거죠.”
너무 지당한 얘기고, 평범한 이야기다. 혹 저 배우가 더 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과욕을 부렸다면, 필자는 감동받지 않았을 것 같다. 보통 가족이 밥 먹는 일상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인생의 행복이라고 필자도 동감한다. 필자는 사찰에서 불자들에게 법문할 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불자님들, 부처님께 ‘뭐든지 잘 되게 해 달라’, ‘아이들 좋은 대학 입학하게 해 달라’, ‘좋은 취직자리 얻게 해 달라’, ‘돈 많이 벌게 해 달라’는 등 이런 소원은 하지 마십시오. 근자는 대형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람이 죽는 등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저녁에 배우자와 아이들이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와 가족끼리 함께 식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그날 하루 무사한 것,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어느 종교나 비슷한 성향이라고 본다. 어쨌든 그날 하루 동안 나쁜 일 생기지 않는 것, 건강하게 집에 돌아와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것, 대궐 같은 집이 아니라도 자신의 휴식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행복한 것이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고서 큰 기적을 바라고, 한방에 큰 것을 얻기를 원하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기적과 한방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과 헛된 바람을 조금 내려놓으면 된다. 그럼… 그 자리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 배우가 이런 말을 하였다.
“젊었을 때는 산에서 꽃을 보면 꽃을 가지려는 욕심으로 꺾어가지고 오지만, 지금 내 나이에는 그대로 놔두고 옵니다. 보고 싶으면 또 가서 보면 되니까요.”
노배우의 말이 어느 철학자보다 울림이 있다. 늙을수록 더 가지려고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대로 두어 모든 사람과 더불어 함께 공유하려는 배려심이 감동을 준다. 바로 이런 삶의 자세가 곱게 연세를 드신 분의 지혜라고 생각된다. 이런 분이 인생에서 성공한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