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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ESG가 뭐라고?

[김재은 대표님] ESG가 뭐라고?

by 김재은 대표님 2021.11.09

가을이 깊어가니 고향의 산천이 불현듯 떠오른다. 산과 계곡이 거의 없는 평야지대라 곱게 물든 가을잎 구경은 힘들었지만 나름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정겨운 곳이다.
그나마 계곡 대신 관개수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똘물(도랑물)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기억도 생각난다. 깨끗한 물과는 거리가 있는 뿌연 흙탕물이었지만 해가 가는 줄 모르고 놀았으니까. 이렇게 호남평야로 흘러드는 금강의 물은 농사에는 정말 요긴한 젖줄이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와도 얼마 되지 않아 원래의 상태를 되찾곤 했다. 바로 자정작용 때문이었다. 자정작용(自淨作用)은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이 어떠한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공기나 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 물질이 스스로 정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의 결과이지만 자연 스스로 생존해 나가려는 몸부림이자 위대한 힘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있다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누그러지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오염이 너무 심해지면 위대한 자연도 어찌하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만다. 더 이상 자정작용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오염물질을 배출한 인간 등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바로 자업자득의 이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렇듯 지구별은 지금 자업자득의 부메랑에 쩔쩔매고 있다. 단순한 환경오염의 수준을 진즉에 넘어 기후 위기로 인해 지속 가능한 삶이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염치없는 인간들이 들고 나온 게 바로 ‘ESG’라는 것!
여전히 인간들의 탐욕은 하늘을 찌르는데 궁여지책으로 환경(E), 사회적 책임(S),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G)을 내세운 것이다. 오로지 성장과 돈을 ○○○아 전진 그리고 또 전진만을 하다가 커다란 암초를 만나자, 타협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이미 임계점을 지나 어찌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지구와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의 절박한 각성이 ‘ESG’로 표출된 것이다.
하지만 ‘ESG’를 인류 공동체나 삶에 녹여내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인간의 탐욕의 뿌리를 제어하기 어렵고,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ESG’를 또 다른 돈벌이로 인식하는 움직임 또한 진정한 ‘ESG’ 구현에 태클을 걸고 있다.
진정 지속 가능한 삶과 지구별(촌)을 위해서는 철저한 문제의식과 현실 인식,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강력한 실천의지와 행동이 필요함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때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ESG’자체에 얽매이기 보다는 왜 ‘ESG’인가를 일상속에서 끝없이 묻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행복디자이너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본다. ‘ESG’를 일상에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Emotion’의 회복,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Sustainable’의 지혜 찾기, ‘Give’(나누고 베푸는) 정신의 구현이라고.
아무튼 지금까지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만큼 얻고 이용했으면 이제부터라도 아끼고, 사랑하고,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진정한 ESG 정신이라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쳐본다. 가을이 익어가듯 우리네 삶도 익어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