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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한방에 얻는다는 한탕주의자의 말로

[정운 스님] 한방에 얻는다는 한탕주의자의 말로

by 정운 스님 2021.11.16

옛날 인도 이야기다. 도둑떼들이 부잣집의 황금꾸러미와 귀중품을 훔쳤다. 도둑들은 그 집으로부터 멀리 도망쳐 와서 황금꾸러미를 각자 나누어 갖고 뿔뿔이 헤어졌다. 한 도둑이 길을 가다 어느 밭에서 잠깐 쉬었는데, 황금꾸러미를 실수로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밭의 주인이 밭을 갈기 위해 소를 끌고 나왔다. 마침 그 시간에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밭 한가운데 있는 황금꾸러미를 발견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난아, 저기 독毒이 가득 찬 뱀이 있다. 저걸 보아라.”
제자 아난도 부처님 말씀에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네, 과연 그렇습니다. 저도 독이 가득 찬 뱀을 보았습니다.”
농부는 부처님과 제자 아난존자의 대화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한 순간, 밭 한가운데에 독뱀이 아니라 황금꾸러미를 발견했다. 농부는 누가 볼세라 자기만 아는 곳에 몰래 숨겨두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길을 걸어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황금꾸러미를 잃어버린 도둑은 밭에 실수로 놓고 온 것을 알아채고, 황금다발을 찾기 위해 밭으로 왔다. 도둑은 농부를 발견하고, 이실직고하라며 매질하였다. 도둑은 쉽게 돈을 찾지 못하자, 왕에게 농부를 끌고 가서 고발했다. 왕은 농부에게 사형을 내렸는데, 농부는 억울하다며 당시 부처님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왕은 농부를 데리고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그날 아침에 농부가 자기 밭에서 황금꾸러미를 발견한 것이지 훔친 것은 아니라고 증언해 주었다. 결국 농부는 무죄로 풀려났고, 부처님은 그 농부에게 이런 진리를 설해주었다.
“어떤 행동을 하고 난 뒤에 결과가 눈물이요, 후회가 남는다면 그 행동은 결코 훌륭했다고 할 수 없다.”
농부는 횡재한 황금에 눈이 멀어 결국 고초를 치렀다. 아무리 좋은 황금도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낸다면, 부처님 말씀처럼 독뱀보다 무서운 물질이다. 이것이 바로 인과因果의 원리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오히려 당첨 이전보다 파탄에 빠지는 경우를 뉴스에서 종종 접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세상에 ‘한탕주의’니, ‘한방에 얻는다’는 말이 있다. 근자에 유명한 영화 <오징어 게임>도 이를 반증한다. 물론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다룬 작품이라고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불행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게임에 참여했는데, 이들 중에는 한탕주의자들이 적지 않다. 게임에 한 번만 져도 죽음인데, 그 죽음까지 불사하며 돈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비평한 것이라고 본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는 법, 금전도 마찬가지다. 자기 땀이 들어가지 않은 물질은 독뱀이다. 세상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멀리 눈을 돌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