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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삶의 과정 과정이 인생의 승리 지점

[정운 스님] 삶의 과정 과정이 인생의 승리 지점

by 정운 스님 2021.11.23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했던 배우 오영수(78세) 씨가 어느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오락 프로그램이었는데, 진행자가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어른으로서 막막해 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한마디 해주십시오.”
“우리 사회는 1등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가는 때가 있습니다. 1등만이 출세하고 2등은 필요 없어요. 그런데 2등은 1등에게는 졌지만, 3등에게는 이긴 겁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다 승자인 셈이죠.”
필자는 이 어른의 말씀에 백분 공감한다. 종종 가수들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전할 때 보면, 1등한 사람에게만 큰 상금이 주어진다. 이런 것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2등한 사람도 거기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 텐데, 왜 1등에게만 상금을 몰아서 줄까?’
어쩌면 한국이 역사적으로 늘 고통받는 민족으로서 누군가에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국민성이라고 생각까지 든다. 무조건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그 강박은 스트레스와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즉 1등한 사람에게만 영광이 주어지고, 2등 이하로는 패배인 것처럼 인정하다 보니, 중고생 가운데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다. 자살하는 이들 중에는 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많다는 통계이다. 또한 어느 단체에서나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자!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회사에서 ‘초고속으로 승진’하고, 돈을 많이 벌어 ‘큰 집’을 사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구하는 등’ 그 목적지까지 이루었다고 해보자. 인간이 그 목적지에 만족할까? 또 남들보다 윗자리를 차지하는 1등을 위해 새로운 욕망을 꿈꾼다.
그러니 그 목적지가 아니라 힘들게 달려온 그 한발 한발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자는 점이다. 저 높은 산山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도 한발 한발이 모여서 그곳에 도착하는 법이다. 곧 도착한 그 순간, 그 자리만이 승리한 성공이 아니라 오르는 한발 한발의 과정도 성공인 셈이다. 중고생들에게는 공부해서 1등만이 최고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도 충분히 칭찬받아야 하며,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길이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못했을지라도 ‘노력한 만큼의 자신’에게 위로토록 권장해 주어야 한다.
인생에서 그 어느 순간의 과정마다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법구경> 구절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차근차근히 노력한다. 금을 제련하는 세공사처럼 자기 마음을 천천히 조절해간다[번뇌의 불순물을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