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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겉도는 ‘한ㆍ중 청천계획’

[이규섭 시인님] 겉도는 ‘한ㆍ중 청천계획’

by 이규섭 시인님 2021.12.03

근린공원에 설치된 날씨 정보 전광판은 멀리서 보고도 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전광판 테두리가 블루 빛깔이면 좋음, 초록이면 보통, 빨간색이면 매우 나쁨이다. 지난 11월 21일 아침은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에 안개까지 짙게 끼어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었다. 목이 칼칼하고 눈이 까슬하여 운동을 포기하고 서둘러 귀가했다.
그날 오전 11시 기준 미세먼지는 서울 100마이크로 미터(㎍/㎥), 경기 106㎍/㎥, 대구ㆍ충남 82㎍/㎥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인 76㎍/㎥를 훨씬 웃돌았다. 환경부는 수도권과 충남ㆍ북 등 5개 시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 ‘관심’ 위기경보를 발령했고, 올해 하반기 첫 비상저감조치도 시행했다.
환경 당국은 대기 질 오염이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몽골 등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됐고, 국내 석탄발전소와 공장 등에서 뿜어낸 초미세먼지와 만나 상공에 정체되면서 대기 질이 크게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인구와 경제구조가 워낙 크다 보니 환경오염 리스크 또한 크다. 중국 정부와 대다수 국민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잘 알려진 대로다. 시민의식은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 세계 각국의 공해산업을 유치하다 보니 환경오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세먼지도 언론이 꾸준하게 보도하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고,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통계를 시작한 2006년부터 감소하다가 2012년부터 다시 증가했다. 2017년엔 석탄 난방 금지령을 내렸다가 대체 수단 없이 주민들이 추위에 떨자 석탄 사용을 다시 허락했다. 그해 3월에 열린 제12기 전인대에서 ‘푸른 하늘 보위전’ 계획을 국무총리가 보고하는 등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중국 발 미세먼지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발 대기오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22∼23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청천(晴天ㆍ맑은 하늘) 계획’을 점검하는 회의를 가졌다. 중국 생태환경부 등과 화상회의를 통해 양국 주요 환경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한ㆍ중 정부가 2019년 11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대책 등 ‘청정 계획’ 이행 사항을 점검하자는 취지다. 양국 담당자들은 예보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여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예측 및 대응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미세먼지 저감정책과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 동향을 중국 측에 소개했다. 중국은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의 연계 관리 등을 한국 측에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한ㆍ중 양국은 서울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성분 비율을 비교해 이번 회의에서 발표했는데, 서울은 ‘자동차’, 베이징은 ‘난방’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분석과 동향 파악에 머물며 이렇다 할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