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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마지막 말의 중요함

[한희철 목사님] 마지막 말의 중요함

by 한희철 목사님 2021.12.08

목회의 길을 걷다 보면 다른 이들이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누군가의 임종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만남이 그러하듯 헤어짐도 정한 시간이 있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년간 정성을 기울여 간호한 자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세상을 떠나는 부모가 있으니,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셈이지요.
대부분의 장례를 장례식장에서 하는 요즘과는 달리 제가 첫 목회를 하던 때만 해도 장례를 집에서 치렀습니다. 교우가 돌아가시면 염을 하는 것도 목회자 몫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몸을 씻기고 정성스레 수의를 갈아입히는 일은, 마지막 눈물과 땀을 닦아드리며 나들이옷을 갈아입히는 의미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임종의 시간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력이 떨어져 깊은 잠에 든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고통과 싸우느라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임박한 죽음 앞에 크게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떠나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떠나보내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 이별, 고통스럽고 마음 아픈 시간입니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고 고마워서, 못다 한 도리가 너무도 송구하고 마음 아파서 안타까워합니다.
임종이 다가왔다 싶을 때면 가족들에게 인사를 드리라고 권합니다. 물론 죽음을 앞두고 있는 분은 의식이 없기도 하고, 너무나 쇠약하여 대답이나 반응을 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한 사람씩 마지막 인사를 드릴 것을 권합니다.
그런 시간을 권하는 것은 두 가지 생각 때문입니다. 그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망 직전의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작동하는 기능이 청각기능이라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는 사망하기 마지막 몇 시간 동안은 무반응 상태에 빠지는데, 무반응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그 순간의 뇌파를 살펴보면 뇌가 그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입니다.
모든 기능이 약해져서 어떤 반응을 기대하지 못할 때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음성은 들을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고맙고 위로가 되는 것은 따로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한 마디 말을 마음에 품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질 수가 있겠지요.
마지막 한 마디 말의 중요함을 생각하면 덩달아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예고된 죽음만을 맞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때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는 것, 모든 말이 중요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