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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지옥과 천국은 어디인가?

[정운 스님] 지옥과 천국은 어디인가?

by 정운 스님 2021.12.14

종교를 떠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지옥’에 관심이 많다. 영화에서도 현세의 삶과 관련해 지옥을 표현한 영화가 많이 있다. ‘지옥’이란 세계는 불교에도 존재한다. 자신이 살면서 수많은 행위[karma, 業]를 하는데, 그 행위가 좋은 행위를 많이 했는지? 나쁜 행위를 많이 했는지에 따라 죽어서 지옥과 극락[천국]이 결정된다. 근래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현세의 삶과 관련지어 지옥을 경험하는 줄거리다. 불교에서는 지옥보다는 극락을 더 중시한다.
며칠 전에 임사체험을 다룬 내용을 보았다. 그 책에서는 마취과 의사[인도계 미국인]의 경험을 잠시 소개했다. 이 사람은 의사이지만, 평소에 우울증과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마침 병으로 환자가 되어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이 잘못되어 이 사람은 잠시 죽음 상태에 빠졌다. 이 의사는 혹독한 지옥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매를 맞는 등 고통을 당했다. 그런 고통을 당하면서 자신이 타인을 위해 베푼 것도 없었고, 능력 있는 의사였지만 인간답지 못한 의사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한참 후에 죽은 아버지를 만나 지옥을 빠져나온 뒤 긴 터널을 지나 평화로운 곳으로 인도된다. 이때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해준다.
“늘 자신의 마음을 맑게 유지하고,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 진실한 사랑과 하나 된 삶이 되어야 한다.”
의사는 임사체험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반성한다. 필자는 이 의사가 내면에 있는 자신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다른 이야기를 하나 꺼내려고 한다. 옛날 인도 이야기다.
목련존자가 하늘 세계[도리천]에 간 일이 있었다. 불교적 세계관에는 인간세계보다 좋은 하늘 세계가 설정되어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단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목련존자는 그들에게 ‘무슨 착한 행동을 많이 했기에 이런 하늘세계에 태어났느냐?’고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모두들 제각각이었다. 어떤 하늘 사람이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하늘에 태어나기 전에 부처님 진리를 많이 듣지 못했지만, 항상 진실만을 말했으며, 바르게 살았습니다.”
훗날 목련존자가 부처님께 하늘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늘세계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이 그런 것이냐?’고 여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였다.
“비록 작은 행동일지라도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좋은 곳에 태어날 과보가 있다. 그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실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좋은 세계에 태어난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요점이 바로 이것이다. 앞 임사체험자의 아버지도 ‘진실한 삶, 바른 행동’이라고 하였고, 부처님께서도 진실만을 말하고, 바르게 사는 인격적 삶을 말하고 있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 참되게 행동하며, 타인들에게도 진실하게 대한다는 것, 이 점은 종교를 떠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도덕규범이라고 본다. 각 종교마다 지옥과 천국에 대한 정의가 다르지만, 지옥과 천국은 현재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자신이 한 순간 순간 마음으로 짓는 업에 의해 지옥과 천국이 펼쳐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