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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사람이 그리운 날

[김민정 박사님] 사람이 그리운 날

by 김민정 박사님 2021.12.20

사람이 그리운 날 무작정 떠나렵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나무처럼
따뜻한/ 이웃 사람으로/ 기억했음 좋겠습니다

천 년을 숨죽여 꽃으로 피어나는
정 많고 가슴 뜨거운/ 지순한 사랑으로
시처럼/ 맑고 아름다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몇 번을 더 만나고 헤어져도
오래 묵혀 두고/ 그리는 사랑이라면
노을이/ 어떻게 지는지/ 들판에 나가 보렵니다
- 김은숙, 「사람이 그리운 날」 전문

살면서 문득문득 그리운 사람들이, 그리운 날들이 있다. 살면서 순간순간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중에 몇몇은 아주 가깝게 다가오기도 했을 것이고, 그러다가 멀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지금까지도 친하게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싫어서 멀어질 수도 있지만, 좋아하면서도 바빠서 연락을 못하면서 멀어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랑도, 우정도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투자하고, 노력을 투자해야지만 원만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생은 어떻게 살아도 다 살고 나면 허전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하려면, 가끔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남은 생은 어떤 일을 중요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따뜻한 이웃이길, 정 많고 가슴 뜨거운 지순한 사랑이길, 오래 묵혀 두고 그리운 사랑이길, 시처럼 맑고 아름답길, 또 지는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바라고 있다. 화자 자신이 그러하기를, 또한 그런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어느덧 연말이 되었다. 무엇을 하며 그렇게 바쁘게 보냈냐고 자신에게 묻곤 한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남은 것은 별로 없이 또 한 해가 훌쩍 가버렸다. 무엇을 꿈꾸며 여기까지 왔는지, 그저 종종걸음으로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육상선수처럼 정신없이 뛰어오기만 한 것 같다. 잠깐 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지나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보이는 겨울이다. 또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하며 겨울잠을 자기 위한 동면을 위한 준비기간, 아니면 이미 동면을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2주만 지나면 새해, 2022년 흑호랑이 해가 온다. 코로나로 어수선했던 2020년과 2021년, 삶이 많이 움츠러들고 점점 생활의 반경이 좁아진 느낌이 들었던 시기이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고, 여럿이 모여 식사하기도 어려워 안 만나다 보니 조금은 멀어진 듯한 사람들…. 그 소원했던 사람들을 2022년에는 자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 돌아오면 좋겠다.
그리고 생에는 가끔 터닝포인트가 있다. 자신의 생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계획되고, 흘러가게 될 때 그것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만족할 수 없었다면 새해를 터닝포인트의 기점으로 삼아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느슨하게 풀어져 가던 마음을 단단하게 다 잡고 싶은 마음, 그것이 또 한 해의 정리이며, 새로운 해를 맞는 다짐이 될 것이다. 설령 작심삼일의 계획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갖는 연말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