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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크리스-마스크

[강판권 교수님] 크리스-마스크

by 강판권 교수님 2021.12.27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에게 고통스럽지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이후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는 이전과 다른 풍경이다. 가장 두드러진 풍경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마스크의 조합은 지금 인류가 처한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이 같은 조합을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코로나19는 인간이 바라는 대로 쉽게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류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이러스가 왜 인간 곁에 와 있는가를 인식하는 일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집마다 설치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각국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전나무를 사용한다. 전나무와 유사한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독일가문비도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 한라산에 자생하는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이지만, 현재 기후온난화로 말라죽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전나무 혹은 독일가문비를 사용하는 배경에는 나무꾼의 딸과 나무 요정 간의 아름다운 얘기가 등장한다. 나무 요정들은 나무꾼 딸의 요청에 따라 길을 잃은 나무꾼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때 전나무 혹은 독일가문비에 불을 밝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얽힌 얘기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나무꾼이 길을 잃었다는 점과 나무 요정이 밤에 불을 밝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무꾼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숲에 들어갔지만 밤에는 어두워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길을 잃은 나무꾼이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불을 밝힐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꾼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 요정이 불을 밝혀주는 것이었다. 이는 숲의 경우 낮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지만 밤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숲의 밤은 숲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울창한 숲속의 밤은 깜깜해서 사람이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러나 인간은 밤이지만 불을 밝힐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낮밤 없이 숲을 지배한다. 지금은 나무 요정 같은 얘기가 등장할 수 없다. 문제는 나무 요정이 등장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지금의 크리스마스트리는 단순히 이브 때 불을 밝히는 나무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숲과 만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무이다.
그래서 내년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나무 요정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