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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정운 스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by 정운 스님 2021.12.28

이 세상은 자기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람과 사람은 서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어느 조직체든 서로 간에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 규율이나 법을 정해놓을 수밖에 없다. 한편 법은 존재하지만, 개인적인 윤리 의식이 있다. 이것을 불교적인 말로 해서 ‘법주법위法住法位’라고 한다. 각각의 현상은 모두 그것이 가진 일정한 위치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 각자는 자신이 자라온 가정과 사회,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입장과 위치가 다르다. 혹 상대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즉 자신이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서로의 ‘다름’에 대한 그 차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강의하는 입장에 오래 있다 보니, 늘 가르치는 선생 입장이었다. 근자에 학생 입장에서 공부를 해보니, 선생의 고충이 이해되었다.
어떤 것이든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런 모든 현상은 ‘인연의 화합’으로 이루어지며, 인연의 화합으로 소멸한다. 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물질을 예로 들어보자. 우유라는 본래의 물질[직접적인 원인]이 있고, 거기에 가공하는 간접적인 조건[緣]이 되어야 ‘치즈’라는 음식이 만들어진다. 필자가 큰 강당에서 강의하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먼저는 필자의 위치나 능력이 되어야 하고, 또 강의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되는 법이다. 내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因+연緣이 성숙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한 가정도 그러하다. 남녀가 결혼해야 자식들이 있다. 큰 회사도 그러하다. 큰 대기업체도 각각의 직원들이 있어야 되고[직접적인 원인], 그 직원들이 회사라는 직장에서 일을 한다[간접적인 원인]. 이렇게 인과 연이 합해야 기업체가 굴러간다. 조금 더 나아가면, 부부가 화합해야 자식들도 행복하고, 직원과 간부가 화합되어야 회사는 큰 이익을 창출한다.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과의 인연이든 내가 성취코자 하는 일이든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내 노력에 대가가 없는 것 같아 섭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사 인연의 이치를 받아들이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다.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해야 한다. 다음은 억지로 결과를 구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시절인연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고 누워서 사과 떨어질 때까지 넋 놓고 기다리라는 것이 아니다. ‘때’를 기다리는 여유를 갖고, 사람과의 인연이든 하고자 하는 일이든 결과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