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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목례: 코로나19시대의 인사법

[강판권 교수님] 목례: 코로나19시대의 인사법

by 강판권 교수님 2022.01.10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다. 인사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과의 소통에서 아주 중요하다. 코로나19시대는 인사법도 다르다. 코로나19시대에는 이전에 즐겨하던 악수 대신 주먹 인사가 유행했다. 더욱이 요즘에는 주먹 인사 대신 목례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시대에 인사법이 바뀐 것은 기존의 인사법이 전염의 원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악수와 목례의 차이는 접촉과 비접촉이다.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확인하던 악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인사법이다. 목례는 악수와 비교하면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 그냥 낯선 사람과 존재를 확인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새롭게 등장한 인사법인 목례와 발음이 같은 목례(木禮)도 코로나19시대에 절실한 예절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 중 하나가 나무 제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대부분 사람들은 나무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무를 생명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를 생명체로 여기지 않는 대표적인 표현은 ‘식물인간’이다. 얼마 전에도 어느 정당의 간부가 당 대표의 역할을 빗대어 ‘식물대표’라 표현했다. 한 국가의 정치인은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국민이 직접 선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다. 정치인이 식물을 죽은 존재쯤으로 여기는 인식은 곧 국민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는 인류의 그간 태도에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는 기존의 방법을 묵수하고 있다. 태도는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바뀌기가 쉽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만 봐도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습관에 대한 속담을 빨리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코로나19의 위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코로나19와 정면 대결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정면 대결은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고 생존을 도모하는 태도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코로나19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지만 거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생존법이 아니다.
코로나19와 싸워서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인류가 기존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목례는 낯설지만 반드시 실천해야만 인류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변화를 거부한다. 변화는 진리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무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나무가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도 늘 변하기 때문에 푸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늘 변하는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이다. 그래서 목례(木禮)는 코로나19시대에 인류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