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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단역배우

[김민정 박사님] 단역배우

by 김민정 박사님 2022.02.07

이름 모를 꽃이라고 얼굴까지 지울 순 없죠
장미꽃에 가렸어도 흰 별 하나 고개듭니다/
더 깊게 뿌리내리고/ 진한 향기 퍼트릴까요

이름 없는 행인 되어 배경처럼 지나가죠
카메라 앵글 속에 대사 한 줄 흘려 두고/
조명등 환히 비추듯/ 걷는 길도 밝아졌으면

헝클어진 오늘마저 행인같이 지나가도
여기저기 작은 꽃들 별빛 담뿍 받고 있죠/
그대도 고개 드나요/ 향기 머금은 이름들!
- 김태경, 「단역배우」 전문

음력설이 지났다. 벌써 입춘이다. 이제는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되나 보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해가 시작되기를 다시 한번 마음 모아 기도해 본다. 모처럼 설 명절에 가족과 함께 제주여행을 갔다. 가족여행을 많이 가지 않는 편이라 딸들이 졸라야 겨우 가게 된다. 나는 여행이 아닌 문학 모임 때문에, 또는 필요에 의해서 전국을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가족끼리 가는 여행은 별로 계획을 해 본 적이 없어 늘 가족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3박 4일 제주여행이라 조금은 여유롭게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딸들이 호텔이며 펜션이며, 렌터카까지 모두 예약을 해서 나는 신경 쓸 일이 없이 따라만 다니는 격이라 더없이 편한 여행이었다. 더구나 휴식을 위해 가는 여행이라 많이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느긋하게 구경하고, 차 마시고, 맛난 것도 먹었다. 사진도 찍고 하려고 가는 여행이라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문우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오직 가족과 함께 보낸 오롯한 시간이었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이라 함부로 만나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보니, 가족끼리 여행 온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다들 사진들을 찍고 있다. 그렇게 폼을 잡으며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배우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자기 생에서는 모두가 단역배우, 아니 주인공들이다. 자기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주도적 연출을 구성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배우처럼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단체인 가족 내에서 나의 역할은 아내역이고, 엄마역인 단역배우일 수 있다. 또 사회나 조직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단역배우일 수 있다. 아무리 단역배우라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맡은 역할이 하잘것없다 할지라도, 지나가는 행인역일지라도….
또한 가족이나 사회나 조직에서 어떠한 단역을 맡았더라도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체적인 가족의 모습이나 사회나 조직의 모습은 완성되지 않으니까….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알 것이다. 하나만 어긋나도 제대로 된 연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있고,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다.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진정한 일꾼들이 뽑히는 선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책임감 있는 일꾼들을 뽑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