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김재은 대표님] 우리도 광합성 할 수 있어요

[김재은 대표님] 우리도 광합성 할 수 있어요

by 김재은 대표님 2022.02.15

입춘이 지났지만 추위의 기세가 아직 등등한 때, 타임머신을 타고 50여 년 전의 그 겨울로 날아갔다. 오두막집 초가지붕 처마끝을 따라 고드름이 군대가 사열을 하듯 줄지어 있던 고향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추웠지만 내리쬐는 햇볕에 고드름이 한 방울씩 마당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랫목까지 식은 지 오래인 방을 나와 마당에 모여든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드름을 하나씩 입에 물고 햇빛에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배고픈 시절 간식 대신 고드름뿐이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또 하나의 태양이 되어 환하게 빛났다.
얼굴이 탄다는 둥, 피부 질환이 위험하다는 둥 하며 햇볕 한 조각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요즘 세태이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 햇볕 한 줌 한 줌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의 삶의 원천이라는 것을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브라이엄 영 대학의 죠셉 머콜라 박사의 날씨를 이용한 정신건강과 관련된 연구에 의하면 일사량, 체감온도, 스모그 수치 등 다양한 요소 중에서 실제로 영향을 미친 것은 일출과 일몰 사이의 시간이었다. 즉 충분한 햇빛이 제공되면 어떤 다른 요소도 정서 장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무려 20%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매 겨울, 계절성 정서장애(SAD)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햇빛이 부족해짐에 따라 우울감과 피로를 겪었으며, 일부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조량이 갑자기 변하면 멜라토닌 호르몬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멜라토닌은 수면주기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해가 짧아지면 멜라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균형이 깨지게 되고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잠이 쏟아지고 우울감도 심해진다.
이럴 때는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은데 매일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지고, 뇌 속에서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어 계절성 우울증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러니 삶에 우울함이 밀려오면 지금 그 생각에서 멈추고 무조건 걸으면서 햇빛을 쪼일 필요가 있다. 내 몸과 마음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엽록체가 있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존을 유지한다면 사람의 경우에는 햇볕을 통해 나만의 건강한 심신을 유지해 가야 한다. 광합성은 식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만의 생존을 넘어 건강한 나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존재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나의 광합성’은 진정 중요한 공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를 무시한 채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과 산소를 일방적으로 이용만 했지 스스로 ‘광합성’을 하겠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히려 기생과 약탈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우리네 삶을 몰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정성이 있는 노력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많이 늦었지만 ESG 경영이나 탄소중립 정책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온 지구촌 가족들이 삶 속에 녹여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RE100’ 논란이 있었지만 공동체의 리더라면 이에 대한 철학과 정책 구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함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만만치 않은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빛을 쬐면서 ‘나만의 광합성’을 시도해 보자. 광합성을 통해 ‘나만의 산소’와 나만의 양분인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펼쳐보자. 입춘이 지나 봄볕이 따뜻해지고 있는 이 즈음에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