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이규섭 시인님] 긍정의 프레임 걸기

[이규섭 시인님] 긍정의 프레임 걸기

by 이규섭 시인님 2022.02.18

프레임이란,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어느 학교 한 선생님이 매일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번 지각을 하는 학생이 괘씸해서 회초리를 든 손에 힘이 가해졌다. 어느 날 우연히 선생님은 거리에서 그 학생을 보게 되었다.
학생은 한눈에 봐도 병색이 짙은 아버지가 앉은 휠체어를 밀고 요양시설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선생님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각은 곧 불성실이라 생각하고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회초리를 든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책감이 들었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와 단둘인 학생, 거기다 요양시설은 문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모셔다드리고 백 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도 번번이 지각이었다. 그날 역시 지각을 한 학생은 선생님 앞으로 와서 말없이 종아리를 걷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회초리를 학생의 손에 쥐여 주고 자신의 종아리를 걷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 학생을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선생님과 학생은 함께 울었다. 카톡으로 받은 문자를 읽고 코끝이 찡해졌다. 편견과 선입견은 생각을 틀에 가두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없게 만들기에 참 위험하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프레임 걸기로 유권자의 표심을 유혹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병풍사건’이다.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을 신호탄으로 공영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보도하자 지지율이 폭락했고 단일화를 이룬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거짓말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생각이 기운다. 한 달 뒤 검찰은 김대업 주장은 허위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생태탕 사건’이 크게 부각됐다. 오세훈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땅 측량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생태탕 주인 측이 증언하면서 불거졌다. 프레임 학습효과로 이 사건은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거나 역풍을 맞아 여당 후 보가 낙마했다. 20대 대선 판에서도 네거티브와 프레임 걸기가 불거지고 있으나 유권자들이 학습효과를 거치면서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프레임 걸기를 긍정마인드로 활용할 수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랭어는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이므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게 살면 실제로 신체적인 노화가 지연된다”고 최근 출간된 ‘늙는다는 착각’(원제 Counterclockwiseㆍ시곗바늘 거꾸로 돌리기)에서 주장한다.
랭어 교수는 1979년 외딴 시골 수도원에서 75∼89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20년 전의 본인으로 돌아가 생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일주일 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참여자 모두 청력과 기억력, 악력이 향상되었으며 유연성과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키ㆍ몸무게ㆍ걸음걸이ㆍ자세도 좋아졌다. 이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일약 심리학계 스타로 떠올랐다. 부정적인 말은 노화(老化) 시계를 빨리 돌게 하고, 긍정마인드로 스스로에게 프레임을 걸면 노화의 시계는 천천히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