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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인생은 마라톤

[정운 스님] 인생은 마라톤

by 정운 스님 2022.02.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며칠 전에 끝났다. 4년 전에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있었던 터라 올림픽은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필자는 운동 경기를 알아서가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우여곡절에 종종 감동을 받아서이다.
이번에 가장 안타까운 선수가 있었다. 불과 0.01초 차이로 탈락한 스노보드의 이상호선수다. 이 선수는 이번 경기 예선에서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8강까지 진격했으나 8강에서 러시아 선수와 0.01초 차이로 패배하여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아니 여기서 멈춰야 했다.
그런데 이상호에게 아이러니한 일이 있다. 그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여기서는 이상호 선수가 0.01초 차이로 앞서서 메달을 획득했다. 이때, 그는 우리나라 스키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연일 매스컴에 단골로 등장했었다. 필자는 이 무렵, 대학에서 운동선수들만 수강하는 교양과목을 담당했던 터라 기억이 또렷하다.
인생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삶을 불안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발전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인생은 지금이 다가 아니다. 긴 마라톤이다. 자신의 눈을 멀리에 두자.
누가 죽었다고 허무한 일이고, 꽃잎이 떨어져서 슬픈 것인가? 반대로 생명이 태어나서 기쁜 일이고, 꽃이 활짝 피어서 기분 좋은 것인가? 즉 꽃잎이 떨어지거나 죽었다고 슬플 것도 기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생명이 태어나서 기쁠 것도 꽃이 피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즉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이를 제법실상[諸法實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다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용어로 바꾸면 무상無常이다. 종종 일반 사람들이 불교진리를 허무하다거나 부정적인 면으로 보는데, 그렇지 아니하다.
메달을 근소한 차이로 얻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것에 억울하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다.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때도 있다면, 근소한 차이로 실패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인생의 기복이란 당연한 것이요, 우리의 삶이란 언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언제 어떤 식으로 승천을 할지,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법, 늘 기복이 복병처럼 숨어 있다. 개인의 삶이든 국가의 역사이든 모든 것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요즘에 코로나 전염증으로 힘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인생이란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법은 없다. 마음에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고, 달도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 이길 줄만 알고 질 줄은 모르면, 몸에 화가 미친다. 자신을 책망할지언정 남을 원망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