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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생강과 생강나무

[강판권 교수님] 생강과 생강나무

by 강판권 교수님 2022.02.28

식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름을 짓는다. 녹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 생강나무는 나무를 자르면 생강(生薑) 냄새가 나서 붙인 이름이다. 생강나무는 봄을 알리는 나무 중 하나이다. 생강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블루메(Blume, 1796-1862)가 붙인 학명(Lindera obtusiloba Blume) 중 속명 ‘린데라(Lindera)’는 스웨덴 식물학자 린데르(Johann Linder, 1676-1723)에서 유래했다. 이는 그가 이 나무의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다. 종소명 ‘오브두실로바(obtusiloba)’는 ‘끝부분이 둔한’ 뜻이다. 이처럼 생강나무의 학명에서는 나무의 잎을 강조했다. 생강나무의 잎은 단풍나뭇과 갈잎큰키나무 중국단풍을 닮았다. 그래서 생강나무를 잎 끝부분이 세 갈래로 뾰족한 ‘삼첨풍’이라 부른다.
생강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황매목(黃梅木)이다. 이는 꽃이 황매를 닮아 붙인 이름이다. 생강나무의 학명에서는 잎을 강조했지만, 생강나무는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생강나무의 꽃을 관찰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생강나무를 층층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인 산수유의 꽃으로 착각한다. 생강나무의 노란색 꽃과 산수유의 노란색 꽃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두 나무의 꽃은 노란색만 같을 뿐 모양은 전혀 다르다.
생강나무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물의 이름은 국가표준도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불릴 수 있다. 나무 이름의 지역성은 나무의 문화, 즉 ‘수목문화(樹木文化)’에 중요하다. 문화는 어떤 분야든 각 지역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성이 없는 문화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라 평가할 수 없다. 아리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 남아 있는 다양한 아리랑 때문이었다.
생강나무의 까만 열매는 기름으로 사용된다. 생강나무 열매로 짠 기름은 동백 열매처럼 부인들의 머릿기름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생강나무 열매로 만든 기름은 향도 좋고 질도 좋아 양반 부인이 독차지했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라 불렀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박나무로 부른다. 동박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선아리랑에 나온다.
생강나무가 생강 냄새를 만든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삶의 전략이다. 간혹 숲해설가들 중에는 관광객들에게 생강나무의 생강 냄새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가지를 꺾는다. 숲해설가들의 이러한 행동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이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함부로 가지를 꺾는 것은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숲해설가는 식물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자가 아니다. 식물연구자들은 부득이 식물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 식물의 일부를 채취해서 실험할 수밖에 없고, 그 덕분에 생강나무라는 이름도 탄생했다.
인간은 생강나무가 꽃과 열매를 만드는 데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지만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나무의 가지를 꺾거나 꽃을 딴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 머지않아 다양한 나무들이 꽃을 피울 것이다. 1년 동안 나무들이 준비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저 감상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