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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기도란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한희철 목사님] 기도란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by 한희철 목사님 2022.03.02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핸드폰은 물론 텔레비전도 드물었던 시절, 책보다는 할머니와 어머니 무릎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맘껏 상상의 날개를 폈던 이야기였습니다.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 그 이야기 속으로 달려가 볼까요?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어떤 집에 어머니와 두 오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산 너머 먼 마을로 가서 떡을 팔아 두 오누이를 키웠습니다. 어느 날인가 떡을 다 팔지 못한 어머니가 산을 넘고 있을 때, 집채만 한 호랑이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호랑이는 어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했습니다. 어머니는 얼른 광주리에 있는 떡 하나를 주고는 급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계속해서 나타나 떡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광주리의 떡이 모두 떨어졌을 때, 호랑이는 어머니를 잡아먹었습니다.
호랑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호랑이는 오누이를 속이기 위해 엄마 분장을 하고 엄마 흉내를 냈습니다. 순진한 여동생은 엄마라 믿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오빠는 뭔가 이상했습니다. 호랑이는 분칠을 했지만 오빠는 그 손이 호랑이의 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오누이는 급히 집 뒤에 있는 나무 위로 도망을 쳤습니다. 호랑이는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나무 위로 오르려고 애를 썼습니다. 오빠가 일러준 대로 참기름을 발라 계속 미끄러지던 호랑이가 여동생의 말을 듣고는 도끼를 써서 올라갔습니다.
더는 도망을 칠 수 없게 되었을 때, 오누이는 나무 끝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습니다. 우리를 살리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오누이의 기도가 기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기도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칠 때,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기도입니다. ‘동서남북이 막히면 하늘을 보라’는 유대 격언이 있습니다. 사방이 다 막혀도 하늘은 열려 있습니다. 언제나 열려 있는 하늘을 사방이 막혔을 때에야 비로소 바라보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오누이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달라고 청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뜻에 자신을 맡깁니다. 내게 필요한 것만을 달라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욕심입니다. 하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이 기도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재미있고도 통쾌합니다. 하늘에서는 오누이에게 새 동아줄을 내려보내 오누이를 살립니다.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 떨어져 죽게 되는데, 하필이면 수수밭에 떨어져 수숫대는 지금도 호랑이 피로 붉은빛을 띤다지요.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여동생은 해가 되고, 오빠는 달이 됩니다.
두 오누이가 가르쳐 주는 것처럼 기도란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때입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