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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고구마를 위한 변명

[강판권 교수님] 고구마를 위한 변명

by 강판권 교수님 2022.03.16

고구마는 인류의 목숨을 구한 위대한 구황식물이다. 지금도 고구마는 인류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영어권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구마를 의미하는 영어 sweet potato는 감자에 빗댄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구마를 의미하는 한자 감저(甘藷)는 고구마의 특성을 온전히 갖고 있다. 오히려 감자를 의미하는 북감저(北甘藷)는 고구마의 이름에 기댄 것이다. 고구마와 감자의 식용 시기를 생각하면 감자의 이름을 고구마의 이름에 기대는 것이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고구마가 감자보다 먼저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메꽃과 여러해살이풀 고구마(Ipomoea batatas (L.) Lam.)의 이름은 일본 쓰시마 섬에서 사용하는‘고귀위마’에서 유래했다. ‘고귀위마’는 쓰시마 섬의 어떤 효자가 고구마로 어머니를 봉양한 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고구마를 ‘효행한 토란’을 의미하는 ‘고코이모(孝行芋)’라 불렀다.
이 같은 고구마 이름의 유래는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간 조엄(趙曮, 1719-1777)의 『해사일기(海槎日記)』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ㆍ남아메리카 원산의 고구마는 1764년 경 일본에서 도입했으나 감자는 19세기 초에 도입했다. 중국에서는 복건순무(福建巡撫) 금학증(金學曾)이 복주(福州)에 기근이 들자 구황작물로 보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1608년 서광계는 『농정전서(農政全書)』에서 고구마 재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조선에서도 고구마를 재배할 때 『농정전서』의 내용을 참고했다.
조선시대 전라남도 강진은 고구마 재배 지역으로 유명했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 시절 이곳의 고구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미나리도 바칠 만한 물건이고 / 美芹可以獻
등짝 쬐는 햇볕도 마찬가지지 / 由來齊炙背
양하로 고질을 치료하면 / 蘘荷復治癖
침도 쑥뜸도 필요 없을 것이고 / 不勞施鍼艾
토산으로는 귀한 고구마가 있어 / 土産貴藷芋
그를 구하러 이리로 몰려든다네 / 求者此湊會
(이하 생략)

고구마의 중요한 특징은 뿌리로 번식하는 감자와 달리 줄기로 번식한다는 점이다. 고구마의 이 같은 번식은 쉽게 엄청난 양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고구마는 감자보다 보관도 쉽고, 날것으로 먹지 못하는 감자와 달리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나는 거의 매일 점심 대용으로 구운 고구마를 먹는다. 고구마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이 좋다. 내가 고구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릴 적 소죽을 끓이고 난 후 아궁이에 넣어서 구워서 먹던 고구마가 생각나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간편하면서도 영양가도 좋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름철 비옷을 입고 고구마 줄기를 잘라서 어머니를 비롯해 형제들과 함께 고구마를 심었던 추억은 고구마를 더욱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