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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다리를 놓는 사람들

[한희철 목사님] 다리를 놓는 사람들

by 한희철 목사님 2022.03.31

세상에서 다리를 놓을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다리를 놓을 생각을 했거나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긴 사람의 이름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특별한 생각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가졌을 법한 자연스러운 발상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 사람들, 먹고사는 문제든 그리움이든 이곳에서 저곳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사람들, 저 건너편으로 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꼭 만나야 할 누군가가 있는 사람들, 혹은 저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증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갈 방법을 고민했고 찾아냈겠지요. 그것이 다리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다리는 지극히 원시적인 형태였으리라 짐작됩니다. 나무 막대기를 걸치고 건너지 않았을까요? 휘청거리는 나무가 위험하게 여겨질 땐 몇 개의 나무를 더 걸쳤을 터이고, 그보다 더 견고함을 필요로 했을 땐 나무 위로 나뭇가지와 흙을 얹었을 것이고, 그것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기둥을 생각했겠지요. 이쪽과 저쪽의 거리보다 그 사이를 연결할 나무의 길이가 턱없이 모자랐을 땐 얼마나 생각이 많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이 누구였든 다리를 처음으로 꿈꾸고 실천에 옮긴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것을 이루어낸 누군가로 인해 오늘 우리는 우리 삶 이편에서 저편으로 자유롭게 오고 갈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꿈꾸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은 까마득한 옛 시절,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원시의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오늘도 여전히 다리를 꿈꾸고 그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꼭 공사를 하는 건설업자만이 아니어서, 우리의 삶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온갖 거리를 극복해가는 모든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멀리 부산에서 들려온 소식은 반갑고 든든했습니다. 산에서 커피와 꿈을 팔던 사람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 이상 그 일을 이어갈 수가 없게 되었을 때, 평소에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힘을 모아 시내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들은 기꺼이 정성을 모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밤새 땀을 흘리기도 했으니 다리 하나를 놓는 수고와 정성과 즐거움이 여간이 아니었지요.
마침내 내건 간판이 <좋은날의 풍경>, 그동안의 모든 과정 자체가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싶습니다. 그들이 정한 사업의 이름은 ‘브릿지 사역’이었고 <좋은날의 풍경>은 환대 사역 1호로 앞으로도 계속 환대의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험한 세상에 멋진 다리 하나가 놓인 셈이니, 그 다리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환대하며 꿈을 나누게 되겠지요. 아직도 세상이 아름답다 여겨지는 것은 너와 나 사이에 사랑으로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