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이규섭 시인님] 행복 바이러스

[이규섭 시인님] 행복 바이러스

by 이규섭 시인님 2022.04.01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야, 올 테면 오라”며 개의치 않고 쏘다니는 ‘외향형’과 바깥출입을 삼가하며 코로나를 피하는 ‘은둔형’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 인사는 코로나를 의식하지 않고 바쁘게 산다. 조찬 모임부터 영화와 음악회는 물론 점심을 먹으러 장거리 이동도 예사다. 얼마 전 만나 “워낙 바쁘게 움직이시니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웃는다.
나도 외향형에 가깝다. 일주일에 닷새는 마을버스와 전철을 타고 도심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워 땐 서 있기 불편할 정도로 승객들로 붐빈다.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람은 듣지 못했다. 차내 소독과 마스크가 방어벽 구실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빌딩 현관에 들어서 발열 체크 카메라를 무사히 통과하면 ‘오늘도 무사히’다.
은둔형의 대표 주자 격인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주변 사람들까지 파고들어 불안하다”는 하소연이다. 확진자가 연일 30만 명 선을 오르내리니 불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집에 앉아 방어만 하지 말고 돌아다니며 공격하라”고 농담조로 말했지만 코로나 방역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외향형은 코로나 공포 속에서도 활기가 넘치지만, 은둔형은 대인관계가 소원하다 보니 외롭고 우울증 증세가 온다고 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감이 커지다 보니 10명 중 3명은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한다. 10명 중 5명은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손을 벌릴 지인이 없다. 10명 중 2명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드러난 서글픈 현상이다. 방어벽을 높고 견고하게 치다 보니 사회적 고립감이 커지고 정이 메말라간다는 의미다. 60대 이상은 고립감의 비율이 31.4%나 된다니 나이 들수록 외로움을 타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한국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이 커서인지, 행복지수가 뒷걸음질 친다. 유엔 산하 자문 기구인 SDSN(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행복지수는 146개 국 중 59번째다. 2016년 58위, 2017년 56위, 2018년 57위, 2019년 54위에서 후 순위로 밀리는 추세다. 1위는 핀란드로 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3위), 스웨덴(7위), 노르웨이(8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부탄이 오랫동안 누렸던 행복 1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린 것은 GDP(국민 총생산), 기대 수명 등이 적용되면서다. 사회적 지지, 인생에서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관대함이 조사 지표다.
행복지수 상위권 나라의 복지정책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삶이 몸에 뱄다. 대단한 것을 추구하지도 않고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게 행복의 잣대다. 행복 바이러스는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전이시켜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력을 지녔다. 행복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행복의 미소가 저절로 번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