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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꿀벌은 누구를 위해 꿀을 모으는가?

[정운 스님] 꿀벌은 누구를 위해 꿀을 모으는가?

by 정운 스님 2022.04.26

“온갖 꽃을 날아다니며, 조금씩 모아 꿀을 만들었건만 그렇게 고생하며 달게 만든 것이 누구를 위함이었는가?!”
위의 시 구절은 당나라 때 시인 나은羅隱(833∼910)의 작품이다. 중국의 어느 노학자가 앞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인생을 회고하는데, 필자도 매우 공감했던 글이다.
꿀벌이 하루 종일 이 꽃 저 꽃을 돌아다니며 꿀을 채취한다. 꿀벌이 잠시도 쉬지 않고 날아다니며 꿀을 만드는데, 과연 누구를 위해 그런 고생을 하는 걸까? 누구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달고 단 것을 만드는 걸까? 우리 중생들의 삶도 그러하다.
한평생 바쁘게 자녀를 위해, 가정을 위해,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늙어 죽을 때까지 일을 한다. 그래놓고 막상 자신이 왜 그렇게 고생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한다.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몇 년 전에 타계한 부친께서도 그렇게 살다 갔다. 마누라 등쌀에 기가 죽고, 평생 자식들 등록금에 등이 휘었으며, 번듯한 낭만 하나 부리지 못하고, 당신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지만, 그 자식들은 마치 특혜인 양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인다. 그 자식이 부모가 되어 똑같은 인생 절차를 밟고서야 알게 된다. 삶의 회한에 눈물 흘릴 때는 죽음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느 갤럽 조사에서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인생을 마치면서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은 적이 있다. 평생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후회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또 10여 년 전에 간호원으로 호스피스를 했던 분이 저술한 책[인생수업]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은 임종에 앞서 “난 한 번도 내 꿈을 추구해 본 적이 없어.”,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본 적이 없어.”, “난 돈의 노예가 되었던 것을 후회해.”라고 토로한다는 것이다. 좋은 차를 갖지 못해서, 남들보다 넓은 저택을 소유하지 못해서, 좋은 직장을 다니지 못해 후회한다는 답변은 없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비중을 둔다.
꿀벌처럼 오롯이 타인을 위한 삶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불교에서 보살행은 자신을 무조건 희생한 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기도나 수행을 통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고, 타인들에게도 베푸는 것이 참다운 보살행이다. 모두에게 플러스되는 ‘윈윈(winwin) 효과’를 말한다.
우선 내가 잘되고,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면 이 또한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이다. 이렇게 살자. 너무 착한 척하려고 하지 말자.
훌륭한 인생이 어떤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꿀을 찾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잃어버리고 꿀을 찾는 꿀벌처럼은 살지 말자. 자신을 위한 삶,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