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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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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와 문인화로 한국을 알리고 싶어

서예와 문인화로 한국을 알리고 싶어

by 청주교차로 이승민 2014.08.01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고, 언(言)이란 사람의 언변을 이르는 말이다. 말에 조리가 없고, 말이 분명하지 못했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기 쉽다. 세 번째가 바로 서(書)다. 서는 글씨(필적)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판(判)이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 글씨는 사람을 판단할 때, 중요한 척도로 그 가치를 둘 만큼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류에서 한참 밀려난 느낌이다. 그럼에도 서예의 삶을 의연하게 지키고 있는 서예가 김재규(49)선생을 만나보았다.
김재규 서예가는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이며, 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다. 한, 중 서예교류전을 열었으며 대한민국 서예전람회와 고불서예대전, 백제서예대전, 대전 충남 서예전람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충북민예총 서예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분평동에서 원교서예실을 운영하고 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마음으로 활용해야
■처음 서예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김재규 서예가 : “초등학교 때 이웃집 누나가 쓴 한글 궁체가 너무 멋져 보였다. 하지만 내가 쓸 생각은 못하고 중, 고등학교 다닐 때도 학교 축제 때 가서도 서예작품을 보면서 부러워만 했었다. 우연히 충북대학교 서도 동아리를 찾아갔다 스승님이신 우송 이상복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서예를 하면서 롤(role)모델이 있다면?
▷김재규 서예가 : “월정 백승면 선배님이다. 월정 선배님을 서예 뿐 아니라 한문 한시 까지도 능통하시다. 서예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컴퓨터나 스마트 폰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다. 공부 이외에 활용은 잘 하지 못 하시만, 선구자적인 이 시대의 진정한 선비라 칭하고 싶다.”
■요즈음은 과거에 비해 서예가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다.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까.
▷김재규 서예가 : “생각의 차이다. 서예가 침체가 된 것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서예가 생활 속에 깊숙이 젖어들었다는 표현이 합당하다. 간판이나, 영화 타이틀 글씨 그리고 여러 가지 생활제품에 활용되는 많은 글씨들이 다 캘리그라피라고 말하지만, 사실 서예의 변형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다른 사람과 똑 같은 것이 아닌 나만의 차별화된 것을 찾게 되어 있다.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서예를 활용하면서 실력을 기르면 된다.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마음으로 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서예가 스스로 길을 열어야
■현재 서예가 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취미활동쯤으로 취급받는 것 같다. 서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고리타분한 글쓰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서예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김재규 서예가 : “기다려 주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면 서예를 배워 삶을 누리며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기존의 서예가들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피겨의 김연아 선수, 골프의 박인비 선수, 야구의 류현진 선수처럼 서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예가가 출현해 세상의 중심에 서면 쉽게 해결 된다. 어쩌면 서예도 스타가 필요하다.”
■서예를 하면서 문인화도 경지에 올랐다는 평이다. 문인화는 과거 선비들이 글씨를 쓰면 기본적으로 함께 추구했던 분야다. 문인화의 장점은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김재규 서예가 : “경지에 올랐다는 말은 당치않다. 이제 겨우 문인화를 조금 접한 것뿐이다. 문인화는 먹을 가지고 그리는 그림이라서 화려함은 적지만, 담백하면서 오래 두고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친구 같은 그림이다. 문인화는 건강, 장수, 출세, 자손번창 등의 뜻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석류나 포도 그림엔 자손번창의 뜻이 담겨져 있고, 갈대밭에 기러기 그림에는 ‘갈대 노(蘆), 기러기 안(雁)’ 자가 곧 ‘늙을 노(老), 편안할 안(安)’의 발음이 같아 ‘편안한 노년을 보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문인화는 본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고도 한다. 이렇듯 뜻을 알고 보면 그림을 훨씬 재미있게 감상 할 수 있다. 요즘엔 유병장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라는 뜻에서 갈대밭에 기러기 그림을 많이 선물해야 될 것 같다.”

세월이란 먹을 갈아야 진정한 묵향이 나
■서예의 끝은 무엇인가?
▷김재규 서예가 : “글쎄요 옛 말에 소년 문장가는 있어도 소년 명필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냥 묵향과 함께 세월을 쌓는 것이지, 그 끝은 알 수 없다.”
■김재규 서예가에게 가장 영향을 준 스승이나, 책이 있다면?
▷김재규 서예가 : “나는 참 스승을 잘 만난 것 같다. 서예 스승님이신 우송 이상복 선생님, 문인화 선생님이신 청람 김병옥 선생님 두 분 다 나의 삶을 바꿔놓으신 분들이다. 우송 선생님은 자타가 인정하는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하시다. 그리고 늘 손에서 붓을 놓지 않으셨다.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하고 계실 때 병문안 갔더니 글씨 공부 한 것 안 가져 왔다고 혼내시면서 체본 글씨를 써주기도 하실 만큼 사랑해 주셨다. 또한 청람 김병옥 선생님은 15년을 변함없이 서울에 사시면서 청주까지 오셔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열정이 있으시다. 청람 선생님은 서예가이면서도 문인화가로 성공하신 분이다. 지금도 늘 기본에 충실하면서 공부를 하시는 모습을 대하면 역시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
▷김재규 서예가 : “서예와 문인화를 동양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리고 세상 사람들이 서예와 문인화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 할 수 있게 유럽 등 여러 나라를 순회 하면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다.”

■취재 ㅣ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사진 ㅣ 이승민 기자 iuns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