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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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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살… 고택에서 즐기는 고즈넉한 휴식

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살… 고택에서 즐기는 고즈넉한 휴식

by 뉴시스 2014.12.02

추운 바람이몰아치기 시작하는 12월이면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한껏 따뜻해진 한옥 아랫목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화로에군밤을 구워먹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기억이 없더라도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그것에 호기심을 가진 만 하다.

한국관광공사의 추천을 받아 ‘테마가 있는 한옥’이라는 주제로 올 12월에 가볼 만한 3곳을 뽑아봤다.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에서 쉬다, 쌍산재(전남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

지리산에 기대어 섬진강을 바라보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일대는 풍수지리라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네 글자만아는 나그네의 눈에도 범상치 않은 곳이다. 풍수지리의 대가인 신라 말 도선국사(827∼898)가 머물며 그 이치를 깨달았다는 전설이 그냥 전설이 아닐 듯하다.

사도리 상사마을의 ‘쌍산재’는 약 1만6500㎡(약 5000평)가 넘는집터에 살림채 여러 동, 별채와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 등을 두루 갖췄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한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개별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불편함도 없다.

해주 오씨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뒤, 고조부가 집 안에 서당인 쌍산재를 지어 오늘에 이른다. 여러차례 보수와 증축을 거친 탓에 고택의 자취는 미미하지만, 쌍산재가 그대로 남아 유구한 세월을 증언한다.

‘당몰샘’도 변치 않고 집 앞을 지킨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그 맛이 달기로 유명한 물이다. 이 마을이 ‘전국 1위장수 마을’인 원인이 이 물에 있다고 알려졌다. 이 집을찾았다면 원 없이 마셔야 한다.

쌍산재의 모든 숙소는 원할 경우 아궁이에 직접 불을 지필 수 있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자. 쌍산재에 머물며 지리산둘레길과 이어진 상사마을을 산책하는 시간도 특별하다.

마산면과 이어진 토지면 오미리에는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택 ‘운조루’(중요민속자료 8호)가 있다.

1776년 삼수부사 유이주가 지은 것으로 안채, 사랑채, 긴 행랑채, 섬진강 건너편 오봉산과 삼태봉의 화기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연지 등을 볼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이 쌀을 퍼 가도록 ‘타인능해(他人能解)’라 새겨놓은 나무 뒤주도 그대로 남아 추운 겨울 기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에 최적이다.

10인 이상 단체는 하루 전까지 구례군청 문화관광과로 예약하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수 있다.

운조루 인근의 곡전재’(구례군 향토문화유산 2003-9호)는 1929년지어진 5채 51칸의 고택으로 한옥 체험도 가능하다.다양한 민물 어류를 전시하는 ‘섬진강 어류 생태관’,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 온천랜드’ 등도 찾아보자. 쌍산재061-782-5179
◇300년의 시간을 오감으로 느끼는 하룻밤, 계암고택(충남 서산시 음암면 한다리길)

충남 서산시 한다리마을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다. 김연(1494~?)이서흥부사로 재직할 때 임꺽정의 반란군을 토벌하고 얻은 사패지를 근거로 1500년대 중반 서울 저동에서옮겨온 뒤 집성촌을 이루며 지역 명문가로 자리했다. 김연의 7대손김한구(~1769)의 딸이 바로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1745~1805)다. ‘19세기 조선 최고의 인물’인 추사 김정희(1786~1856)도 후손이다.

한다리마을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부촌으로 기와집이 모여 있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바로 이웃한 ‘계암고택(김기현가옥)’과 ‘정순왕후 생가’만남았다.

계암고택은 약 300년 된 옛집이다.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마치 조지훈(1920~1968) 시인의 ‘승무’ 속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소박하지만 귀품과 위엄이 흐르고, 치장하지 않아도시와 음악이 절로 날 정도로 멋스러운 계암고택은 좋은 숙박 시설의 조건인 위치, 시설, 인심의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밤이면 은은한 달빛이 새어들고, 별빛이 가득 쏟아져내린다. 방에는 TV 같은 편의 시설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스마트폰도 꺼놓고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풍한설이 매서울수록 아랫목이 더욱 반갑다. 행랑채와 사랑채 앞마당은 넓지 않지만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적극적으로 한옥을 즐기고 싶다면 와당 만들기’, ‘시조창부르기’, ‘율병 만들기’ 등 고택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소중한 시간을 누려보자.

서산 용현리의 백제 후기 ‘마애여래삼존상’을 찾아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백제의 미소’를 흉내 내보고, 개심사에서 자연을 닮은 돌계단과 휜 나무로 부재를삼아 지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자.

흥선대원군(1820~1898)의 1866년 병인박해로 천주교도 1000여 명이 피의 순교사를 써 내려간해미읍성을 찾아 지난 8월 방한 기간 중 이곳을 찾았던 교황 프란치스코(78)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좋다. 계암고택 041-688-1182
◇따뜻한 온기가 담긴 추억의 옛집, 영월 조견당과 우구정가옥(강원 영월군 주천면,남면)

조선 6대 단종(1441~1457)의애사(哀史)가 깃들어 추운 겨울이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강원 영월.

소년왕을 떠올리며 애틋해지고 쓸쓸해진 나그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는 곳이 한옥일 것이다. 아침이면 창호 문 너머에서 따사로운 햇볕이 깃들고, 시린 웃풍이불더라도 아랫목은 펄펄 끓는다. 주인의 인심도 군고구마처럼 소박하면서도 탐스럽다.

영월에는 마침 그런 전통 한옥이 두 곳이나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 가옥·도문화재 71호)’과 남면의‘우구정 가옥(도 문화재 70호)’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하루 유(留)할 곳’을 찾는 나그네를 고민하게 만든다.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1827년 상량해 때 99칸이 넘는 규모로 중부 지방 양반집을 대표하는 전통 가옥이었지만, 6·25전쟁 등을 거치며 나머지 가옥은 대부분 손실되고, 안채만남았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 목재의 수령만800년쯤 된다니 가옥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동·서·남쪽 지붕 아래에는해·달·별이 조형됐다. 특히동쪽 벽은 한국적 색채인 오방색(흑·백·황·적·청) 돌로 꾸며졌다. 이는 조견당에 우주의 원리와 음양오행의 정신이 담겨있음을 뜻한다.

사랑채는 새롭게 단장해 깔끔하다. 통유리 너머로 안채와마당이 보여 풍취가 뛰어난 안사랑, 차 한잔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연결되는 바깥사랑으로나뉜다.

투숙할 수 있는 방은 모두 9채다. 안채에서 묵으면 장작불을 이용한 구들 체험도 가능하다.

우구정 한옥은 조견당처럼 크지 않지만, 100년이넘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안방과 건넌방이 자리한 안채, 사랑방이 있는 사랑채, 헛간채 등으로 단출하게 구성됐다. 방 3개는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붙어 있다.

아담한 집과 아궁이, 가마솥 등 안 모습은 널따란배추밭, 길모퉁이의 수백 년된 느티나무, 밭 너머로는 강물(평창강) 등 바깥 모습이 어우러지며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이름은 문화재 지정 당시 집주인이 ‘우구정’씨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우씨의 아들 내외가 집을 이어받아 한옥숙박을 꾸려가고 있다. 다소 불편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한옥의 진미로 받아들여진다.

단종의 묘역인 ‘장릉(사적 제196호)’과 그가머물렀던 ‘청령포’, 지상파 방송의 ‘애국가’의 배경으로 등장해 잘 알려진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임을 알려주는 ‘회양목 군락지’, 그림 같은 ‘서강’과 ‘선돌’ 등을 챙겨보자.

주천읍에서 별미인 ‘묵밥’을 먹거나 ‘영월 다하누촌’을찾아 적은 비용으로 한우 고기를 실컷 맛보는 것도 좋다.

<뉴시스 기사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