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 안에 숨은 맛있고 싼 커리…서울 창신동 에베레스트
좁은 골목 안에 숨은 맛있고 싼 커리…서울 창신동 에베레스트
by 뉴시스 2014.11.18
“네팔 음식점도 있어?”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이 집을 소개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 마디다.
인도 음식이야 1990년대 중반께 국내에서 전문점이 문을 연 뒤 20년이 가까이 흘러 “커리는 인도 음식, 카레는 일본 음식”이라고 농반진반할 정도로 낯설지 않게 됐지만, 네팔 음식은 당시만 해도 전혀 생소했다. 네팔과 인도가 한 뿌리인 만큼 음식 문화 역시 인도의 그것과 무척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뿐이었다.
첫 방문. 서울 강남과 이태원의 인도 음식점들을 두루 섭렵한 덕에 웬만한 인도 커리 쯤은 무시하던 나의 ‘세치 혀’는 그 집의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커리들을 만나자 방어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순식간에 함락되고 말았다. “맛있네….”
오랜만에 네팔 음식이 그리워 얼마 전 다시 찾은 그 집, ‘에베레스트 레스토랑’(02-766-8850)이다.
흥인지문(동대문) 인근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148-1 2층에 터를 잡았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서 20여 미터를 걷다가 우리은행과 그린약국 사이 골목길로 들어가 다시 조금 걸으면 대경약국이 나온다. 그곳에서 대각선 방향 안쪽을 바라 보면 만날 수 있다.
간판에 빨간색으로 쓴 ‘EVEREST RESTAURANT’라는 영문 표기나 노란색으로 적은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이라는 우리말 표기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하얀 산’ 그림이 먼저 이 집임을 알려준다.
안에 들어서면 약간 어두운듯한 실내에 지혜와 행운의 코끼리신 ‘가네샤’ 등 힌두교의 많은 신상, 가부좌를 틀었거나 눕는 등 다양한 모양의 불상, 형형색색의 현지 민속인형 등이 곳곳에 자리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더한다.
네팔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부부가 2002년 오픈한 이 집은 기자가 방문했던 뒤로 많이 유명해져 점심과 저녁 등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의 닭고기, 양고기, 해산물, 야채 등을 주재료로 한 약 30가지 커리들은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1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운 맛과 진한 향이 어우러진 양고기 커리 중 하나인 ‘머턴 빈다루’, 향신료에 절인 새우에 양파, 칠리소스, 피망 등을 곁들여 매콤하게 만든 ‘프라운 칠리 커리’ 등 겨우 2가지만 1만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7000~9000원이다. 내로라하는 인도 요리집에서 커리 한 접시를 맛보기 위해 1만~2만원을 족히 줘야 하는 것과 180도 다르다.
그렇다고 맛이 별로냐고? 그것도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인도 커리 보다 좀 더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않다. 인도 커리가 부담스러워 여전히 일본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편히 즐길 수 있다.
인기 메뉴로는 갖가지 향신료로 발효시킨 닭고기를 탄두리(화덕)에서 구운 ‘치킨 티카’(7000원), 닭고기와 함께 치즈·크림·토마토 등을 넣어 연한 맛을 낸 ‘치킨 머커니 커리’(8000원), 닭고기에 완두콩·달걀·토마토와 함께 고추를 곁들여 매콤함을 강조한 ‘치킨 머설라’(8000원) 등이 있다. 인기 메뉴가 닭 요리 일색인 것을 보면 한국인으로서는 아직도 양고기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각종 향신료를 넣은 라시(수제 요거트)에 통째로 넣고 하룻밤 동안 재운 닭 한 마리를 탄두리에서 구워내 기름기 없이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나는 ‘탄두리 치킨’도 불과 시중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가격보다 저렴한 1만4000원에 배불리 맛볼 수 있다.
커리와 함께 먹으면 좋은 난(빵)은 종류(일반, 갈릭, 버터, 사이 등)도 4종류나 돼 선택의 폭이 넓은 데다 크기는 보통 인도 식당의 그것의 1.5배 크기에다 개당 2000~3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팔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보통 인도 식당에서 가뜩이나 조그맣게 나오는 난을 다 먹고 커리가 남았는데도 적잖은 가격 때문에 참아야 했던 사람이라면 여기서라면 그야말로 마음놓고 ‘질러도 된다.
‘네팔 녹차’, 네팔 차에 우유를 넣어 끓인 ‘찌야’ 등 따뜻한 음료, 라시에 갖가지 과일을 넣어 만든 ‘망고 라시’, ‘바나나 라시’, 우유에 바나나를 넣은 ‘밀크 시크’ 등 시원한 음료 모두 2000~3000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남녀 2명이 3만원 이하로 감자, 완두콩, 야채 등으로 속을 채운 ‘서모사’를 비롯해 커리, 난, 라씨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아예 ‘네팔식 백반’이라고 일컫는 ‘네팔 치킨(양고기) 정식’(1만원)을 시키면 커리와 다른 메뉴들을 함께 좀 더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더욱 경제적이다.
네팔을 다녀온 사람들은 “네팔인들은 정말 선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 집에 갈 때마다 만나는 네팔인 직원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이라서 그렇게 맛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연다. 주차는 가게 입구에 1대 가량 세울 수 있으나 민폐이니 부디 삼가자. 이 지역은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이 인기를 모은 뒤 네팔인들이 즐겨 찾으면서 서울에서 ‘네팔 거리’로 통하는 곳이 아니던가.
<뉴시스 기사 · 사진 제공>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이 집을 소개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 마디다.
인도 음식이야 1990년대 중반께 국내에서 전문점이 문을 연 뒤 20년이 가까이 흘러 “커리는 인도 음식, 카레는 일본 음식”이라고 농반진반할 정도로 낯설지 않게 됐지만, 네팔 음식은 당시만 해도 전혀 생소했다. 네팔과 인도가 한 뿌리인 만큼 음식 문화 역시 인도의 그것과 무척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뿐이었다.
첫 방문. 서울 강남과 이태원의 인도 음식점들을 두루 섭렵한 덕에 웬만한 인도 커리 쯤은 무시하던 나의 ‘세치 혀’는 그 집의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커리들을 만나자 방어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순식간에 함락되고 말았다. “맛있네….”
오랜만에 네팔 음식이 그리워 얼마 전 다시 찾은 그 집, ‘에베레스트 레스토랑’(02-766-8850)이다.
흥인지문(동대문) 인근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148-1 2층에 터를 잡았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서 20여 미터를 걷다가 우리은행과 그린약국 사이 골목길로 들어가 다시 조금 걸으면 대경약국이 나온다. 그곳에서 대각선 방향 안쪽을 바라 보면 만날 수 있다.
간판에 빨간색으로 쓴 ‘EVEREST RESTAURANT’라는 영문 표기나 노란색으로 적은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이라는 우리말 표기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하얀 산’ 그림이 먼저 이 집임을 알려준다.
안에 들어서면 약간 어두운듯한 실내에 지혜와 행운의 코끼리신 ‘가네샤’ 등 힌두교의 많은 신상, 가부좌를 틀었거나 눕는 등 다양한 모양의 불상, 형형색색의 현지 민속인형 등이 곳곳에 자리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더한다.
네팔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부부가 2002년 오픈한 이 집은 기자가 방문했던 뒤로 많이 유명해져 점심과 저녁 등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의 닭고기, 양고기, 해산물, 야채 등을 주재료로 한 약 30가지 커리들은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1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운 맛과 진한 향이 어우러진 양고기 커리 중 하나인 ‘머턴 빈다루’, 향신료에 절인 새우에 양파, 칠리소스, 피망 등을 곁들여 매콤하게 만든 ‘프라운 칠리 커리’ 등 겨우 2가지만 1만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7000~9000원이다. 내로라하는 인도 요리집에서 커리 한 접시를 맛보기 위해 1만~2만원을 족히 줘야 하는 것과 180도 다르다.
그렇다고 맛이 별로냐고? 그것도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인도 커리 보다 좀 더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않다. 인도 커리가 부담스러워 여전히 일본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편히 즐길 수 있다.
인기 메뉴로는 갖가지 향신료로 발효시킨 닭고기를 탄두리(화덕)에서 구운 ‘치킨 티카’(7000원), 닭고기와 함께 치즈·크림·토마토 등을 넣어 연한 맛을 낸 ‘치킨 머커니 커리’(8000원), 닭고기에 완두콩·달걀·토마토와 함께 고추를 곁들여 매콤함을 강조한 ‘치킨 머설라’(8000원) 등이 있다. 인기 메뉴가 닭 요리 일색인 것을 보면 한국인으로서는 아직도 양고기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각종 향신료를 넣은 라시(수제 요거트)에 통째로 넣고 하룻밤 동안 재운 닭 한 마리를 탄두리에서 구워내 기름기 없이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나는 ‘탄두리 치킨’도 불과 시중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가격보다 저렴한 1만4000원에 배불리 맛볼 수 있다.
커리와 함께 먹으면 좋은 난(빵)은 종류(일반, 갈릭, 버터, 사이 등)도 4종류나 돼 선택의 폭이 넓은 데다 크기는 보통 인도 식당의 그것의 1.5배 크기에다 개당 2000~3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팔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보통 인도 식당에서 가뜩이나 조그맣게 나오는 난을 다 먹고 커리가 남았는데도 적잖은 가격 때문에 참아야 했던 사람이라면 여기서라면 그야말로 마음놓고 ‘질러도 된다.
‘네팔 녹차’, 네팔 차에 우유를 넣어 끓인 ‘찌야’ 등 따뜻한 음료, 라시에 갖가지 과일을 넣어 만든 ‘망고 라시’, ‘바나나 라시’, 우유에 바나나를 넣은 ‘밀크 시크’ 등 시원한 음료 모두 2000~3000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남녀 2명이 3만원 이하로 감자, 완두콩, 야채 등으로 속을 채운 ‘서모사’를 비롯해 커리, 난, 라씨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아예 ‘네팔식 백반’이라고 일컫는 ‘네팔 치킨(양고기) 정식’(1만원)을 시키면 커리와 다른 메뉴들을 함께 좀 더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더욱 경제적이다.
네팔을 다녀온 사람들은 “네팔인들은 정말 선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 집에 갈 때마다 만나는 네팔인 직원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이라서 그렇게 맛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연다. 주차는 가게 입구에 1대 가량 세울 수 있으나 민폐이니 부디 삼가자. 이 지역은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이 인기를 모은 뒤 네팔인들이 즐겨 찾으면서 서울에서 ‘네팔 거리’로 통하는 곳이 아니던가.
<뉴시스 기사 ·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