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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돌고 도는 사람 세상"

"헌책방, 돌고 도는 사람 세상"

by 대구교차로 '앳잡' 김진희 기자 2014.06.02

▲ 물레책방 장우석 대표

도서고나에 가면 많은 책이 있다. 책장 한 켠에 꽂힌 조금 낡은 책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책을 집어 들었지만, 책을 덮는 순간 빽빽하게 늘어선 글자들 위로 우리는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추억하게 된다. 많은 이들의 손때가 묻은 '헌책'이라고 해서 낡고 보잘것 없는 것이 아니다. 시대를 추억하고 공유하는 헌책. 대구 수성경찰서 옆에 위치한 헌책 가득한 물레책방에서 장우석(37)대표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표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독립영화감독 겸 물레책방 대표 장우석입니다. 군 제대 후 우연한 기회로 영화 관련 일을 접한 후 관심이 생겨 영화 제작을 공부해 몇 편의 독립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 후 대구 평화영화제·대구 518영화제·앞산 달빛마을영화제 등 여러 지역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를 지냈고, <오마이뉴스>, <영남일보>, <녹색평론>등 여러 매체에 지역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대구광역시 교육연수원·영천지역자활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하며 2010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인권 UCC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고, 2008년 <대구신문>에서 창간 12주년을 맞아 뽑은 대구 문화계 뉴리더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물레책방은 2010년에 문을 열었고, 권정생 선생 3주기에 맞춰 추모문집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펴냈습니다. 2011년 봄, 인문학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한 뼘으로 줄이는 <한 뼘 인문학> 인문학지기를 맡으면서 KT&G 상상마당·수성아트피아·포항시립포은도서관 등에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물레책방이란 어떤 곳인가요?
물레책방은 2010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문을 연, 대구 최초의 헌책방을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올해 4년째 이어가고 있는 작은 헌책방이죠. <녹색평론>의 편집실이 있었던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3층짜리 건물 지하에 위치합니다. 기존 헌책방들의 주 수입원인 참고서와 이월잡지를 배제하고 문학·역사·철학 중심의 단행본들과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펴낸 출판물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달 책방 내에서 정기적으로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상영회와 토크 콘서트, 인디밴드 공연, 감상회 등을 가지는 한편,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좌들을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독서 모임·영화 상영·LP 감상·소규모 공연·강연·북 콘서트·출판 기념회 등을 위한 장소 대관도 하고 있고요.
물레책방에 있는 책은 제가 돈을 주고 산 헌책이거나, 기증받은 책들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함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책을 모으고 있습니다.

◆물레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국어교사였던 아버지 덕에 책과는 친숙했고, 아버지를 따라 헌책방을 자주 다녔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부족한 용돈으로는 읽고 싶은 책들을 맘껏 사 읽을 수가 없어서 헌책방을 기웃거리며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수집욕은 저를 대구 헌책방 순례로도 모자라서 서울 청계천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으로 돌아다니게 했고, 군대를 제대하던 2000년 무렵에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 전국의 헌책들도 구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따로 창고를 빌려 책들을 모아놓을 지경에 이르렀죠. 그러던 와중 전공과 아주 상과없이 영화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 하면 충무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한 영화팀의 연출부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전공자도 아닌 제가, 서울에 연고도, 인맥도 없이 살아남기엔 충무로는 녹록한 곳이 아니었어요. 이러다가는 제 영화를 제작도 못해보고 끝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다시 대구로 내려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꼭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을 거사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대구평화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일할 기회를 얻었고 <녹색평론>과도 인연을 맺게 됐죠. 당시 편집장이었던 부니 서울로 이전해 빈 사무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비어있는 지하 공간이 눈에 들어왔고 헌책방을 꾸미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대구에는 대구역 주변과 대구 시청, 남문 시장에 있는 열 몇 개의 헌책방이 있는데 그마저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거든요. 제가 소장하고 있던 책들을 옮겨오고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무대도 설치하고, 글쓰기 모임이나 독서모임 등을 만들고, 간단한 차도 파냄하기 시작했더니 지역 언론들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별칭을 만들어 주더군요. 이름처럼 책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도, 감정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굉장히 행복합니다.

◆물레책방이란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간디의 물레에서 따온 말이에요. 어릴 적부터 제가 책방을 연다면 꼭 물레라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리 도메인도 사 두었죠. 평화주의자였던 간디가 영국에 맞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던 물레, 그 물레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참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헌책은 누군가가 샀다 책을 다시 사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그 책을 또 다른 사람이 사고, 사고…. 물레가 돌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돌고 돌아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모두가 똑같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합니다. 잘먹고 잘사는 것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요? 하고 싶은 일,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 열정으로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즐거운 일. 그런 일이 있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하겠죠.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요.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처럼 인생을 살지 말고 내가 주인인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서점에 가면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있습니다. 한때 열풍이었던 자기계발서는 저자의 성공담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그리는 대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 봅시다.
그리고 요즘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고전소설은 괜히 고전소설이 아니에요. 수십, 수백년의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책들은 숱한 고민을 겪었던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내용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고민에 대해 위로 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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