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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말하는 희망의 이야기

음악으로 말하는 희망의 이야기

by 창원교차로 김혜인 2014.07.01

-'엘 시스테마' 모티브 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방과 후 노을이 낮게 깔린 복도 한 모퉁이의 교실. 모두가 떠나고 없어야 할 빈 교실에서 수십 개의 악기 소리가 제각각 울려 퍼진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는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사업으로 지난해 3월 14일 창단했다. 다문화가정과 저소득층가정, 조손가정 등 40명의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성과 심신 건강을 단련하고, 재능 발굴과 함께 성숙한 문화도시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취지다.

이 사업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모티브다. 엘 시스테마란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을 일컫는 말로, 지난 1975년 아마추어 음악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마약과 폭력, 포르노, 총기사고 등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단원 40여 명은 창원 성주초등학교에서 주 2회, 2시간씩 음악 연습을 한다. 연습 장소가 마땅히 없어 오케스트라가 해체될 위기에 직면했을 때 다행히도 성주초등학교에서 열린 마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아이들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또 한화테크엠과 포스코특수강에서도 본 사업의 취지에 대해 크게 공감하며,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고 있다.

그렇게 마련된 소중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롯, 클라리넷 등의 악기를 한 개씩 들고 연습을 한다. 고사리같이 자그마한 손으로 자기보다 몸집이 큰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도 있지만,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아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김수정(26)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눈도 못 마주치던 아이, 엄마만 찾으며 울던 아이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웃고 어울릴 정도로 성격이 밝아지고, 음악을 통해 저마다의 꿈을 키우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루게릭병에 걸린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거린다는 김수현(12) 양은 예전에 KBS1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다. 이제는 완전히 몸이 굳은 아버지에게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어 오케스트라를 시작한 수현 양은 연말 공연 때 아버지 앞에서 훌륭히 연주하는 게 목표다.

"멋있게 옷 차려입고 연주하는 모습을 아빠한테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사실 연말 연주회 때 아빠가 오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하루 빨리 나아서 저와 이야기하고 손잡고 공원도 가고 예전처럼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단원 윤은영(16) 양은 어머니와 함께 북한에서 넘어와 창원에 자리를 잡은 새터민 가정의 아이다. 어린 나이에 보통 사람은 잘 겪을 수 없는 험한 일을 많이 겪다 보니 또래보다 마음에 상처가 깊은 은영 양은 음악으로 그 아픔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

"어렸을 땐 중국에서도 생활하고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아 음악이라는 것을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악기를 배워서 제가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제가 외동이라 집에 가면 혼자라 외로운데 여기서 동생들도 많이 생긴 것도 좋고요. 힘들더라도 계속 연습하고 싶어요."
이처럼 음악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어울림을 배우고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며, 새로운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는 매우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로지 후원으로 이뤄지는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관심이 없으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

김수정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게끔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을 당부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국가에서 지원해서 정착한 것처럼, 이 사업도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 내려서 많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연주할 수 있도록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이 절실합니다."(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후원 문의: 055-237-9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