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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할머니들의 심부름꾼이 내 사명”

“기지촌 할머니들의 심부름꾼이 내 사명”

by 평택안성교차로 2014.11.12


(사)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

우순덕<사진> 대표는 기지촌 할머니들의 복지를 위한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 설립자다. 그는 정부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채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며 힘겹게 사는 평택 안정리 기지촌 할머니들을 보듬고 있다.

사회적 편견 속에 상처받은 사람들

“신학대학을 다닐 때 등록금이 없어 ‘공부만 시켜주면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기도를 드렸죠. 기도 덕분인지 장학금을 받으며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평택 안정리에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들의 심부름꾼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센터를 열었어요.”

우순덕 대표는 2002년 6월에 햇살센터를 열었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가족 없이 연탄불을 때는 쪽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었고 사회적 편견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으며 천천히 다가갔고, 치과치료, 의료지원을 연계하고 미술치료, 방문상담 등을 펼치며 조금씩 그들의 마음을 열었다.

어느 날인가 교회에서 상처받아 신앙생활을 중단했던 한 할머니가 찬송가를 부르고 싶다는 말에 함께 모여 부르기 시작했고, 매주 화요일마다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렇게 화요모임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 할머니들은 한국의 짓밟힌 역사의 희생자들입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민간외교관’, ‘애국자’라 칭송하며 훗날 주거 마련 등 특별대우를 약속했지만 양색시, 양공주라는 낙인 속에서 쪽방에서 힘겹게 살고 있어요.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홀로 죽어가는 할머니들의 비참한 삶은 결코 이들만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19일까지 ‘보통이름 숙자’ 사진전


센터는 2006년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로 명칭을 바꾸었다. 현재 70명의 할머니가 복지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화요모임과 함께 할머니들을 위한 정서, 감성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 기지촌 여성노인실태조사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자료집 ‘햇살할머니들의 기억으로 말하기’와 ‘햇살소식지’를 발행했다. 2년 전 할머니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연극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한 연극 ‘숙자이야기’가 얼마 전 4번째 공연을 마쳤다.

지금은 사진전 ‘보통이름 숙자’가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 SPACE 99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작가 이성주·서원경 씨가 4년 동안 할머니들의 삶의 모습과 소망을 기록한 결과물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한 할머니가 ‘돌멩이 같은 마음이 이젠 자갈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할머니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의 마음을 연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우 대표의 소망은 뉴타운 사업 등으로 주거의 위협을 받는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공동생활가정이라는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평균연령은 70대 초반으로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아요. 병에 걸리고 걷기도 힘들어하시는 분이 많죠. 이분들이 지금은 연탄을 때는 쪽방에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생활하지만 이곳 안정리가 뉴타운 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살던 쪽방에서도 밀려날 처지입니다. 젊어서는 외화벌이로 고생하고 지금은 주거 때문에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어요.”

현재 햇살사회복지회에서는 ‘한 평의 행복’ 캠페인(일시후원 60만 원/ 분납후원 5만원·12개월/ 일반후원 1만원 이상)을 진행 중이다.

(문의: 618-5535, 후원계좌/농협 118-01-074174 (사)햇살사회복지회)



<출처 평택안성교차로 김주란 기자 201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