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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양방언 “나눔은 음악이 저절로 한 일”

음악감독 양방언 “나눔은 음악이 저절로 한 일”

by 뉴시스 2014.11.17

양방언(54)은 새삼 좋은 음악가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잇따라 음악•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음악기부도 하고 있다. 주로 작곡가•연주자로 활동하던 그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개하는 무대 음악감독,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다. 더 듣게 됐고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됐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제주 전국체전 개막식 등의 무대에도 올랐다. 재일교포인 그는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에서 지난해부터 '2014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를 열고 있다. 이 음악회의 예술감독이다.

얼마 전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평화예술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제작한 대국민 후원모금 광고 '배움이 희망이다' 편에 자신의 음악 '트레저(Treasure)'를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모든 것들은 음악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그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최근 충무로에서 만난 양방언은 "제가 했다기 보다는 음악이 직접(저절로) 걸어가서 한 일들"이라면서 "요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음악을 통한 도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본래도 겸손했던 그가 더 겸손해졌다. "3~4년 전부터 음악•예술감독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의 힘은 약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대로 훌륭한 뮤지션들이 모이면 좋은 음악을 선보이고 좋은 페스티벌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양방언 에볼루션(Evolution) 2014'은 예술•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진화(에볼루션)된 양방언의 음악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타악 연주자 4명과 현악연주자 15명, 밴드 '국카스텐' 드러머 이정길이 뭉치는 무대가 눈길을 끈다. 특히 타악 퍼포먼스는 음정이 있는 마림바와 비브라폰을 비롯해 팀파니 등을 여러 나라에서 온 타악기 연주자들이 악기를 돌아가면서 연주한다.

해녀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양방언이 작곡하고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이 작사한 '해녀의 노래' 무대는 제주의 실제 해녀 6명이 해녀복을 입고 코러스를 맡는다.

양방언이 또 주력하고 있는 무대는 아리랑이다. 그는 두 가지 버전의 정선아리랑을 작업 중이다. 하나는 연주 버전, 다른 하나는 노래 버전이다. 연주버전을 이번 국립극장 무대에서 들려준다. 12월4일 강원 정선에서 선보이는 노래 버전은 소리꾼 권송희가 부른다.

"제가 그간 맡았던 페스티벌에는 테마가 있었죠. 이번에는 따로 없어요. 신선함을 통해 '양방언 공연이 이렇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녹아있기도 하고요."

양방언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OST, KBS TV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OST 등 영상 음악작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일본 야구영화 '어게인'의 음악감독으로 한창 작업 중이다.

'일본의 조용필'로 통하는 하마다 쇼고(62)가 그에게 제안했다. 그는 이 영화의 주제곡을 부른다. 양방언은 일본 활동 초창기 하마다의 콘서트 세션을 맡았다.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양방언은 '어게인'이 할리우드 영화처럼 격렬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야구 열기가 대단한 일본에서 예전의 열정을 다시 찾고자 노력하는 아저씨들의 야구영화다.

"'꿈을 잊지 말자', '꿈을 향해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등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요. 스포츠 영화라고 해서 빠른 음악이 주를 이루는 건 아니죠. 저도 아저씨니까, 영화에서 아저씨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감동적이더라고요. 하하하. 그런 점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일본 케이블 채널 애니메이션 '새벽의 요나' OST 작업도 진행 중인 양방언은 "제가 음악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천년학' '차마고도'로 원숙한 분들을 만났고, 게임 음악 작업을 통해서는 20대의 젊은 창작자들을 만났죠. 그렇게 각 분야에서 만났던 분들에게 영감을 얻어서 지금의 음악이 나온 건 같아요."

양방언의 음악은 한마디로 규정이 불가능하다. 국적이 없다. 아리랑 등의 작업은 민족성이 느껴지는데 듣다보면 어느덧 월드뮤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을 만들 때 '어떤 분위기를 내자'는 의도는 하지 않아요. 저도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음악을 할 때 큰 제약을 두지는 않아요. 다만 '산만해서는 안 된다'는 건 지키죠. 어떻게 들어오던 입구는 제한이 없는데 음악이 저를 통해 나갈 때는 '양방언 음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으면 합니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음악가 등 양방언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것들이다. 그는 '음악가'가 가장 좋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표현하니까, 그게 제일 맞는 것 같아요."

<뉴시스 기사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