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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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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떨어진 수능에 대혼란"…가채점 후 고3교실 '멘붕'

"변별력 떨어진 수능에 대혼란"…가채점 후 고3교실 '멘붕'

by 뉴시스 2014.11.14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각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가채점결과를 비교하는 학생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긴장감이 공존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관악구 삼성고등학교 3학년2반 교실에 모인 16명의 학생들은 떨리는 손으로 각자 집에서 해온 가채점 점수를 선생님에게 적어냈다.

수능을 마쳤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교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수능 결과와 향후 대입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선생님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을 한명씩 불러 지원한 수시 전형과 최저등급 여부를 확인했다. 가채점 결과가 온전히 들어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점수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번 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되면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국어 B형에서 고난도 문제가 많이 출제돼 어려웠고, 나머지 영역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김모(19)군은 "선생님이 뽑아주신 등급컷은 예상보다 조금 높게 나왔지만 입시업체 표본과 맞춰보면 '재수'해야 할 성적 같다"면서 "특히 영어는 1, 2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수능이 끝났지만 노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18)군은 "수능은 끝났지만 실수를 많이 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데 가채점 결과까지 받아드니 더 찜찜하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하겠나. 논술을 보는 대학 중 수능 점수를 보지 않을 곳을 노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3학년 교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수능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동시에 가채점 결과를 놓고는 걱정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수학은 문제를 보자마자 풀이과정이 머리속에 그려질 정도로 쉽게 출제돼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의 두 손을 잡고 사뭇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김지인(17)양은 "수학 등급컷이 100점이라는 소리가 있다며 우울해했다"며 "이과이기 때문에 수학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많이 허탈하다"고 말했다.

장현욱(18)군은 "수학과 영어가 쉽고 탐구가 어려웠던 것 같은데 주요과목으로 변별력을 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과목으로 변별력을 낸다는 게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시험을) 망친 친구들은 많은 반면 대박난 친구들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들 역시 올해 수능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데 생각을 같이하면서도 EBS 연계율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서초고에서 전교 5등 안에 든다는 한정원(18)군은 "수학문제를 실수로 조금 틀렸는데 일단 1등급은 날아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수학과 국어는 난이도가 지난 6·9월보다 너무 달라져서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 문과 전교 1, 2등을 다투는 정호진(18)양은 "국어는 비문학 지문이 어려웠고 특히 EBS와 연계된 부분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풍문여고 3학년 연모(19)양은 "국어A형이 평소보다 어려웠고 수학B와 영어는 크게 어렵게 나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며 "특히 영어의 경우 EBS교재와 연계된 지문이 정말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김하영(19)양은 "9월 모의평가보다 시험을 못 봤고, 국어도 보통 1~2등급을 받았는데 이번에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며 "수학은 9월보다 확실히 쉬워서 당황스러웠다. 1등급 컷이 100점이라는 것이 충격"이라고 밝혔다.

일선교사들은 이번 수능이 교육부 방침에 따라 쉽게 출제한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일부 과목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입시전략을 세우는데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했다.

삼성고 3학년1반 담임 교사 김기윤(37·수학)씨는 "실수로 틀린 한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고, 운에 따라 대학에 붙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 (진학 지도함에 있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우리 학교의 경우 내신이 좋아 정시보다는 수시 지원이 많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서초고 3학년3반 담임 교사 우창용(49)씨는 "수학담당인데 수학이 이번 수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 대부분이 수학이 너무 쉽게 나와서 지금까지 배운 게 허탈하다고 한다"며 "등급을 공개한 9개 사설기관 중 6개가 '100점을 받아야 1등급'이라고 한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풍문여고 진로상담부장인 손태진(41)씨는 "아직 가채점 결과를 다 취합하지 않아서 뭐라 말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이과 수학이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어를 잘 본 학생들이 수학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중하위권 대학 입시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문과의 경우 국어 과목을 수시 최저 등급을 맞추기 위한 과목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어렵게 출제돼 타격이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가 수험생 3만5327명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등급 등급컷은 국어 A형 97점, 국어 B형 91점, 수학 A형 96점, 수학 B형 100점, 영어 98점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수능 1등급 컷보다 국어 A형(96점)은 1점, 수학 A형(92점)은 4점, 수학 B형(92점)은 8점, 영어 B형(93점)은 5점 각각 높은 점수다. 지난해 보다 어렵게 출제된 국어 B형(96점)만 5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기사 ·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