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한국, 마음은 현지에’… 네팔인들 “너무 걱정돼요”
‘몸은 한국, 마음은 현지에’… 네팔인들 “너무 걱정돼요”
by 뉴시스 2015.04.30
비가 추적추적 내린 29일,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네팔거리.
이 곳은 네팔 음식점과 상점이 몰려있어 주말이면 각 지역에 있는 네팔인들이 모이곤 한다.
지난 25일 발생한 지진 참사로 이곳 네팔인들의 얼굴에는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과 눈 만큼은 모두 네팔 지진 피해 현장에 가있는 듯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네팔거리에 있는 한 식료품 가게내부 모니터에는 네팔 지진 피해 현장 실시간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이 가게 주인 구룽 빔(52)씨는 "너무 걱정이 돼서 하루종일 방송을 틀어놓고 쳐다만 보고 있다"며 "다행히 내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른 지역에 살아 피해가 전혀 없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이던 가게 주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트와 식당을 운영하는 리파크 푼(30)씨는 지난 26일 이후 식당 문을 닫았다고 했다. 네팔인 요리사가 급하게 네팔로출국했기 때문이다.
리파크씨는 "요리사 형의 팔이 잘렸다고 하더라. 가족들을 도울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바로 네팔로 떠났다"며 "한국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의 어머니도 돌아가셨다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5년 된 마야 구름(44·여)씨는 네팔 지진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마야구름씨는 "다행히 네팔에 있는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도 다 무사하다"면서도 "지난 일요일에 여기 옆공원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는데 200여명의네팔 사람들이 모여서 눈물만 흘렸다"고 전했다.
이어 오전 11시30분께마야구름의 식료품 마트에는 네팔인 3명이 짐 가방을 끌고 들어왔다.
어깨에 가방을 들쳐매고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온 어룬 스레스터(27)씨와일행은 이날 네팔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어룬씨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려숨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는 건데 귀국하는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가족들이 다 건물밖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해서 얼른 도와줘야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방에 물과 약, 과자 등을 챙겨 넣었다.
한국에서 17년째 네팔 식당을 운영하는 구룽 헐크만(40)씨는 식당 입구에 네팔 지진 피해 돕기 모금함을 만들 예정이다.
구룽씨는 "지난 토요일 낮에 '건물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며 "3분 정도 통화했을 때 전화가 끊겼고 그 뒤로 3~4시간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두절된 시간이 식당에 손님들이줄을 서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대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며 "이후에 아내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해왔고 기숙사에 있는 아들과는 그날 자정이 돼서야 연락이 닿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또 "전기도 물도 없고 병원과 화장터에는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하더라. 네팔인들은 보통 화장을 하는데 화장터가 꽉 차서 강가에서 그냥 화장을하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지금 슬픔에잠겨있기만 할 게 아니라 얼른 구조하고 회복 할 생각을 해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구룽씨는 1988년700여명이 숨진 네팔 지진을 겪었다. 그는 "당시에사촌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고 곳곳에 시신이 널려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상황보다 심하다고 하니 얼마나 네팔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지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구룽씨의 SNS는 모두 네팔 지진 얘기로 도배됐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연락달라"는문구와 함께 시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기참여연대 이연실 다문화정책위원장은 이날 식당에서 네팔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네팔 친구가 많은데 너무 걱정이 돼서 도와줄게 없을까 해서 이곳을 찾았다. 이틀째 잠도 안 오고 눈물만 흘렸다"며주머니에서 눈물을 닦아낸 휴지 뭉텅이를 멋쩍게 꺼내 보였다.
동대문역 인근 한 고깃집에는 네팔 국기가 걸려있었다. 이식당 주인은 마을 회관을 공짜로 빌려 네팔인 결혼식을 열어줄 정도로 네팔인들과 각별하다. 이 식당은주말이나 명절이면 네팔인들로 가득 찬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신순희(64여)씨는 "네팔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낸 지 17년 정도 됐다"며"지진 소식을 듣고 그 친구들 가족들은 괜찮은지, 피해가 크지는 않은지 궁금한데지난 주말에는 식당에 오지 않아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슷한 시각 종로구 원남동 네팔하우스. 이곳은 한국에머물고 있는 네팔인들이 가장 마음 편히 찾는다는 장소다.
이곳에는 네팔 지진 피해를 겪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날 오후 11시께 네팔 하우스를 방문하자 한국에온지 15일 지났다는 랄마니 융겔라(25)씨 홀로 분향소를지키고 있었다.
분향소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1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으며 이중에는 한국인도 30여명 포함됐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비교적 한산한 상황이었다.
랄마니 씨는 왼쪽 발목부터 무릎까지 깁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으며 반겨주었다.
랄마니 씨는 "네팔에 있는 제 가족들은 다행히모두 무사하다"면서도 "한국에 있는 네팔친구들은 가족들과 연락도 닿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너무 슬프다"고말했다.
그러면서 "저야 다쳐서 일을 못하고 있지만다른 친구들은 걱정이 돼도 일 하느라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랄마니 씨가 속한 재한 네팔인협회가 추정하는 한국 내 네팔인은 약 3만명이다. 이들은 이른 시일 내에 대규모 추모제를 열어 사상자들을기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모금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금을마친 뒤 대사관을 통해 피해현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뉴시스 기사 ·사진 제공>
이 곳은 네팔 음식점과 상점이 몰려있어 주말이면 각 지역에 있는 네팔인들이 모이곤 한다.
지난 25일 발생한 지진 참사로 이곳 네팔인들의 얼굴에는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과 눈 만큼은 모두 네팔 지진 피해 현장에 가있는 듯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네팔거리에 있는 한 식료품 가게내부 모니터에는 네팔 지진 피해 현장 실시간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이 가게 주인 구룽 빔(52)씨는 "너무 걱정이 돼서 하루종일 방송을 틀어놓고 쳐다만 보고 있다"며 "다행히 내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른 지역에 살아 피해가 전혀 없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이던 가게 주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트와 식당을 운영하는 리파크 푼(30)씨는 지난 26일 이후 식당 문을 닫았다고 했다. 네팔인 요리사가 급하게 네팔로출국했기 때문이다.
리파크씨는 "요리사 형의 팔이 잘렸다고 하더라. 가족들을 도울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바로 네팔로 떠났다"며 "한국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의 어머니도 돌아가셨다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5년 된 마야 구름(44·여)씨는 네팔 지진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마야구름씨는 "다행히 네팔에 있는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도 다 무사하다"면서도 "지난 일요일에 여기 옆공원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는데 200여명의네팔 사람들이 모여서 눈물만 흘렸다"고 전했다.
이어 오전 11시30분께마야구름의 식료품 마트에는 네팔인 3명이 짐 가방을 끌고 들어왔다.
어깨에 가방을 들쳐매고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온 어룬 스레스터(27)씨와일행은 이날 네팔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어룬씨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려숨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는 건데 귀국하는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가족들이 다 건물밖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해서 얼른 도와줘야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방에 물과 약, 과자 등을 챙겨 넣었다.
한국에서 17년째 네팔 식당을 운영하는 구룽 헐크만(40)씨는 식당 입구에 네팔 지진 피해 돕기 모금함을 만들 예정이다.
구룽씨는 "지난 토요일 낮에 '건물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며 "3분 정도 통화했을 때 전화가 끊겼고 그 뒤로 3~4시간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두절된 시간이 식당에 손님들이줄을 서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대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며 "이후에 아내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해왔고 기숙사에 있는 아들과는 그날 자정이 돼서야 연락이 닿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또 "전기도 물도 없고 병원과 화장터에는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하더라. 네팔인들은 보통 화장을 하는데 화장터가 꽉 차서 강가에서 그냥 화장을하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지금 슬픔에잠겨있기만 할 게 아니라 얼른 구조하고 회복 할 생각을 해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구룽씨는 1988년700여명이 숨진 네팔 지진을 겪었다. 그는 "당시에사촌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고 곳곳에 시신이 널려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상황보다 심하다고 하니 얼마나 네팔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지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구룽씨의 SNS는 모두 네팔 지진 얘기로 도배됐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연락달라"는문구와 함께 시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기참여연대 이연실 다문화정책위원장은 이날 식당에서 네팔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네팔 친구가 많은데 너무 걱정이 돼서 도와줄게 없을까 해서 이곳을 찾았다. 이틀째 잠도 안 오고 눈물만 흘렸다"며주머니에서 눈물을 닦아낸 휴지 뭉텅이를 멋쩍게 꺼내 보였다.
동대문역 인근 한 고깃집에는 네팔 국기가 걸려있었다. 이식당 주인은 마을 회관을 공짜로 빌려 네팔인 결혼식을 열어줄 정도로 네팔인들과 각별하다. 이 식당은주말이나 명절이면 네팔인들로 가득 찬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신순희(64여)씨는 "네팔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낸 지 17년 정도 됐다"며"지진 소식을 듣고 그 친구들 가족들은 괜찮은지, 피해가 크지는 않은지 궁금한데지난 주말에는 식당에 오지 않아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슷한 시각 종로구 원남동 네팔하우스. 이곳은 한국에머물고 있는 네팔인들이 가장 마음 편히 찾는다는 장소다.
이곳에는 네팔 지진 피해를 겪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날 오후 11시께 네팔 하우스를 방문하자 한국에온지 15일 지났다는 랄마니 융겔라(25)씨 홀로 분향소를지키고 있었다.
분향소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1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으며 이중에는 한국인도 30여명 포함됐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비교적 한산한 상황이었다.
랄마니 씨는 왼쪽 발목부터 무릎까지 깁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으며 반겨주었다.
랄마니 씨는 "네팔에 있는 제 가족들은 다행히모두 무사하다"면서도 "한국에 있는 네팔친구들은 가족들과 연락도 닿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너무 슬프다"고말했다.
그러면서 "저야 다쳐서 일을 못하고 있지만다른 친구들은 걱정이 돼도 일 하느라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랄마니 씨가 속한 재한 네팔인협회가 추정하는 한국 내 네팔인은 약 3만명이다. 이들은 이른 시일 내에 대규모 추모제를 열어 사상자들을기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모금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금을마친 뒤 대사관을 통해 피해현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뉴시스 기사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