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동네어울림

동네어울림 : 동호회

영어공부 그 이상, '영어 스터디 맘 모임'

영어공부 그 이상, '영어 스터디 맘 모임'

by 서산교차로 김경아 리포터 2014.06.02

▲ 왼쪽부터 임옥선, 김현, 박연아, 김경아 We'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우리는 모두 시간을 통과하며 인생의 하루하루를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 뿐이다.) - 영화 About Time 中.

인생을 여행하듯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시절, 원대한 꿈을 꾸며 한 손에는 영어책을 한 손에는 전공 책을 들고 부지런히 캠퍼스를 걸었다. 한 때는 토익 고득점자로 족집게 과외선생님이 되기도 했고, 전공분야의 자격증합격을 위해 도서관 생활에 매진하기도 했다. 마음은 여전히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데, 어느새 유수같은 세월이 흘러 둘째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엄마로 하루하루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영어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남편 출근 후, 재빨리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딸 아이 아침을 챙긴다. 옷을 들고 뛰어다니며 까꿍 놀이를 하는 아이를 잡아 옷을 입히고 간식거리를 챙기고 나서야, 영어스터디 교재를 꺼내 그날의 시험범위를 한 번 훑어본다. 빠른 손놀림으로 연습장에 써보고 노트와 교재, 아기 기저귀를 챙겨 집을 나선다. 바쁜 아침이지만 나 자신을 개발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뿌듯함에 발걸음이 가볍다.

비슷한 일상의 네 여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일주일에 한 번. 오전 11시 그녀들의 영어 스터디가 시작된다. 함께 모여 일주일 동안의 안부를 묻고 그날의 분량대로 공부하는 사이, 동행한 아이들은 각각 엄마 손에 들린 연필과 책을 장난감 삼아 함께 노는 법을 공부한다. 14개월, 18개월, 21개월, 28개월, 37개월. 40개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라 스터디 시간에 아이가 울거나 서로 싸우거나 해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조용히 아이를 달래고 필요에 따라선 스터디를 중단하고 간식타임을 갖거나 관심 있는 장남감을 쥐어준다. 팝송에 귀 기울이다가도 이내 뽀로로 동요를 흥얼거리며 아이들을 달랜다.
"아이가 크면 둘만의 자유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가이드나 통역사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여행하는 것이 꿈 이예요."(김현)

"기존에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혼자 하니까 의용도 잘 안생기고 힘들어서 함께 공부하고 싶었어요. 기초회화를 시작으로 원어민과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음 좋겟어요."(임옥선)
"한동안 애들만 키우다가 이제 여유가 생기니까 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스터디 모집을 한다는 글을 보고 한 번 해보자하고 용기를 냈지요."(박연아)
4년차 주부가 되어 책꽂이에 먼지 가득 쌓여버린 전공책들을 기저귀 상자에 실어 버렸을 때 즈음, 마음 한 켠의 허전함을 달래고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영어스터디를 계획했다. 예상보다 많은 수의 지원자가 빠르게 모집되었고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네 명의 멤버가 구성되어 영어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각각의 멤버가 서로 다른 이유로 스터디에 지원했지만, 육아 생활의 고충과 삼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서로 한 마음이 되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 책만 읽어줬었는데 스터디를 하면서 영어책을 읽고 있으니 큰 아이가 '엄마도 공부하네?'라고 하더군요. 엄마를 자기 봐주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공부하는 엄마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기분 좋았어요."(박연아)
공부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 보호하는 엄마들을 지칭하여 '헬리콥터맘'이라 한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을 빗댄 용어이다. 아이에게 부담을 주며 교육을 강요하기보단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 스스로 함게 책을 들게 하는 것이 좀 더 지혜롭지 않을까.

"스터디에서 배운 표현을 실생활에 적용하며 아이에게 영어대화를 시도했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해했지만, 어느 날 'why?'의 물음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아이를 보니 놀랍고 신기했지요."(김현)
유아기 때에는 수다쟁이 엄마가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학설이 있다. 엄마의 반복적이고 다양한 대화가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줘 아이의 언어능력이 향상된다는 이 이론은 엄마가 항상 아이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아이 수준에 맞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수다쟁이가 되라고 한다. 엄마와의 영어대화를 통해 아이의 언어능력의 폭이 넓혀짐은 스터디의 긍정적 효과의 또 다른 일면이다.

"굿모닝 팝스를 교재로 하니 방송도 함께 청취할 수 있어 좋아요. 재밌는 이야기와 그날 분량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공부하는 재미가 있지요. 아이들이 잘 때나 놀 때, 또 설거지를 하면서 틈틈이 듣고 있어요."(임옥선)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다가 막상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면 크고 작은 장애물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요구와 컨디션에 따라 그날의 방송분량을 여러 차례 끊어 듣기도 하고 그날 공부 분량을 채우지 못한 채 책을 덮기도 한다. 공부라고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생각하고, 사용함으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데에 의의를 둔다.

"스터디 모임이 이대로 쭉 계속 되었음 좋겠어요."(김현)
"답답한 육아생활에 한 줄기 빛처럼 에너지가 생겼어요."(임옥선)
"멤버들과 마음이 잘 맞아 좋아요. 꾸준히 공부하고 서로 더 친해지고 싶어요."(박연아)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모두 해주고 싶은 초보엄마는 아이를 얼마나 잘 키우고 있는지, 주어진 기회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하는 문제들로 본의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쁘게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에 흘러 살다보면 자신은 삶의 목적을 잃은 채 엄마 노릇에 대한 압박으로 고민과 피로가 더 해가는 이른바 '마더쇼크'를 겪는 것이다.

'영어스터디'는 영어공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주일에 한 번 짧은 만남이지만, 같은 고민을 겪는 자기개발을 꿈꾸는 여자로서 서로의 삶을 체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의욕을 고취시킨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자존감이 회복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에너지는 아이를 더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활력소가 된다.
스마트한 그녀들은 오늘도 외친다. 펼쳐진 영어책을 들고 달아나며 까르르 웃는 아이와 함게 공부하고 놀면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인생이라는 이 멋진 시간 여행을 즐기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