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포커스

포커스

잃어버린 역사는 기억한다. 놋그릇

잃어버린 역사는 기억한다. 놋그릇

by 오민기 2015.02.10

/ 오민기 기자 futurelove20@naver.com

천원 마트와 각종 외국에서 제조한 저렴한 생활용품들이 즐비한 현대 시대에, 보기 힘든 그릇이 하나 있다. 바로 놋그릇이다. 난생처음 가본 고급 식당에 가서야 볼 수 있었던 놋그릇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과연 오래전에도 이 놋그릇이 값비싼 존재였을까? 현대에 이르러 발굴되는 고려 시대 집터에서 종종 놋그릇과 놋수저가 발견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놋에 대한 빈부격차는 크게 자리 잡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학문이 높았던 그 시절에도 현재와 같이 연구결과를 통한 놋의 효능을 알고 그랬을까?

놋그릇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알찬 식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빔밥을 예로 들자. 밥맛은 65도일 때 가장 그 맛이 좋다고 한다. 비빔밥의 경우 각종 채소와 참기름이 들어가는데 온도 유지와 함께 채소의 신선도, 참기름의 향을 유지하기엔 이 놋그릇만 한 게 없다고 한다. 또한 화병을 대신해 놋그릇에 꽃이나 야채를 넣어둔다면 놋의 해독작용 때문에 더욱 신선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상한 음식이나 농약이 들어간 음식을 넣어둔다면 색이 변하며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음식의 악용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요즘, 놋그릇은 흔히 말하는 스마트 식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스마트한 놋그릇이 어째서 우리 근처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일제시대, 일제의 약탈 때문일 것이다. 유기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각 가정에 있는 수많은 놋그릇을 회수해갔으며, 우리 조상들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간 지켜온 놋그릇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연탄이 성행하면서 연탄가스에 변색되기 쉬운 탓에 놋그릇의 입지가 점차 좁혀진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패스트푸드의 역할도 한몫했을 것이다. 종이에 쌓여진 간편한 음식, 햄버거나 샌드위치는 점차 "그릇 "을 특별한 날에만 꺼내는 물건으로 전략되고 있다.

살다 보니 편리한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다. 누군가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많은 현존하는 물건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켜왔던 선조들의 물건이기에, 닦고 또 닦았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 척박한 세상 속에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남의 것을 갈취했던 놋그릇의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이다.

/ 사진.글 오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