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뉴시스】송창헌 기자 = 전남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율촌산업단지 현대차 위약금'을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 성격의 기금으로 조성키로 해 '예산 돌려막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남도는 14일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에 상정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및 지역개발 지원기금 조례안'을 통해 율촌산단 위약금을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도가 이날 기금 재원으로 내세운 금액은 총 677억원으로 지난 2005년 현대자동차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인 여수 율촌산단에 공장을 세우려다 포기한데 따른 위약금이다.

현대차는 1994년 율촌산단에 2000여 억원을 투자하기로 투자대행 계약을 맺었으나, IMF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이듬해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차가 율촌산단 부지 기반조성 등에 들인 전체 투자비용은 2028억원으로 이 가운데 전남도가 분양수익금(현재 분양률 93%)으로 반환해야 할 금액은 1352억원에 이른다.

도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율촌산단 조성사업의 합리적 추진을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했으나, 관련 규정상 율촌1산단 부지 분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약금은 율촌산단 특별회계와 통합관리하기가 사실상 어려움에 따라 율촌산단 부지조성과 기반시설 설치 등의 개발사업 용도에 탄력적으로 운용코자 기금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금 존속기한은 2020년으로 못박았다.

도는 특히 기금사용처에 대해 ▲산업(배후)단지 조성관리 및 활성화사업 지원 ▲국내외 교육(연구)기관 건립 및 육성사업 지원 ▲지역 인재육성사업 및 장학금 지원 ▲그밖에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는 자금 성격상 일반회계에 편입시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굳이 기금으로 조성하려는데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특히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의 경우 규정이 애매모호한데다 필요 때 F1예산 등 도정 현안에 긴급히 사용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현주(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기금을) F1과 연동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질의했고, 이에 송영종 도 투자정책국장은 "사용 목적은 뚜렷하며 F1 사업비로 전용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금으로 관리하면 산단 개발이나 외국인 학교, 또 다른 부분에 좀 더 기동성있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조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의회는 이날 기금 운용을 놓고 논란이 일자 조례안 심의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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