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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소식(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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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전남지사 물세례' 지역 민심 사분오열

[초점]'전남지사 물세례' 지역 민심 사분오열

by 뉴시스 2013.01.25

【무안=뉴시스】송창헌 기자 = 현직 전남도의원의 '도지사 물세례 사건'으로 전남지역 민심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물컵을 투척한 통합진보당 안주용 의원, 물세례를 맞은 박준영 전남지사 모두 "유갑스럽다"고 밝혔지만 지역 정가와 의회 밖에서는 정치적 공방과 성명전(戰)이 이틀째 이어지는 등 우려했던 후유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남공연예술단체협의회와 사단법인 전남연극협회, 예술극단 '예인방'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는 24일 성명을 내고, 전날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물세례 사건을 "경거망동한 행위"로 규정했다. 또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소인배적 행동"이라고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상응한 조치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전남도청 공무원노조도 전날 '도의원 폭력행위에 대한 입장'을 내고 안 의원의 사죄와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측은 "몰지각한 행위가 자유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다는 통합진보당의 실체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남도 역시 사건발생 4시간만에 성명을 내고 "신성한 의사당에서의 불법폭력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의회정치를 포기한 심각한 도전행위"라며 물세례 사건을 '만행'으로 규정하며, 안 의원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는 박 지사의 '충동적 호남몰표' 발언이 1차적 원인이라며 '행위'보다는 '배경'에 무게를 두고 정치적 공세를 높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호남 민심은 '충동적 선택'을 할 만큼 가볍거나 한가하지 않음에도 박 지사가 호남 민심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도 보름이 지나도록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지사의 선(先) 사과'를 촉구했다.

비(非)민주계 교섭단체인 진보의정 소속 의원 6명도 전날 "도민들의 표심을 '충동적인 행위였다'고 발언한 데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해명도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도정보고를 하는 것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우선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박 지사는 호남 몰표 발언에 대해, 안 의원은 박 지사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어 양측간 갈등과 민심 분열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비론도 힘을 얻고 있다. 회사원 김모(43)씨는 "박 지사의 발언이나 안 의원의 물컵 투척 모두 '숨은 의미'나 '깊은 메시지'가 있건, 없건 평범한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충동적 언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사 박모(52)씨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소외된 마당에 지역의 리더들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다"며 "정치적인 탈출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들도 시차를 두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박 지사는 이날 광주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늘 지역민에게 평화 사랑을, 훈훈한 공동체 만들기를 강조해왔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전국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스럽다"면서도 "당사자인 도의원 역시 도민이 뽑은 의원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법적대응 등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운영에는 절차가 있는데 충동적 행동으로 당혹케한데 대한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민심을 왜곡하고 3선 도지사로서의 신의를 저버린 발언과 사과없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 나머지 물을 끼얹게 됐다"고 해명했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