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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소식(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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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여당 최고위원 도끼 테러' 왜 발생했나

前 여당 최고위원 도끼 테러' 왜 발생했나

by 송창헌 기자 2010.11.11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10일 발생한 한나라당 박재순 전 최고위원(66) '도끼 피습' 사건은 토지 보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연거푸 패소한 50대 땅 주인이 앙심을 품고 저지른 보복범행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의 한 목욕탕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던 윤모씨(56)가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6년 6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남해고속도로 목포-장흥간 건설공사 성토작업 과정에서 윤씨의 땅에 심어진 무궁화나무 일부가 무단 제거된 것이 화근이 됐다.

윤씨는 곧바로 원청업체인 B건설과 발주처를 상대로 "11억2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년반에 걸친 재판끝에 법원은 "B건설은 윤씨에게 5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B건설은 항소했고, '쥐꼬리 보상'에 화가 난 윤씨도 항소로 맞대응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2008년 12월, 고심 끝에 B건설이 윤씨에게 1억9500만원을 지급하고, 윤씨는 더 이상 이의제기나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9부 능선을 넘는 듯 하던 양측간 합의는 그러나, B건설과 도로공사가 법원 결정 2주일 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물거품이 됐고, 재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윤씨와 박 위원의 악연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무렵. 법원의 조정권유를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윤씨는 목욕탕 단골이던 박 위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법정 진술에 따르면 윤씨는 박 위원으로부터 '고위직에 부탁했으니 기다려라. 새 재판부가 구성될 때까지 조정 권유에 응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차례 조정과 6차례 재판이 이어졌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듬해 2월 법관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가 새롭게 짜여진 뒤 3월에 기다리던 선고공판이 이뤄졌다. 그러나 결과는 윤씨의 예상을 빗나갔다.

항소가 모두 기각된 것. 결국 1심 대로 청구액의 5%만 받게될 처지에 놓인 윤씨는 이후 대법원 상고, 항소심 재심 청구 등에 나섰으나 모두 각하 또는 기각됐다.

"봉황삼까지 선물하고 굿까지 했는데 얻은 게 없다"고 판단한 윤씨는 작심한 듯 "박 위원이 소송에 개입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마저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항고와 재정신청도 죄다 기각되고 말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윤씨는 지난 4월 이번엔 아예 박 위원을 상대로 2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 위원의 말만 믿고 조정을 거절했다가 낭패를 당했고, 각종 소송 비용에다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송개입의 직접적 증거가 없고, 봉황삼을 건넬 당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선물을 하게된 계기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최근 윤씨의 소를 기각했다. 결국 조정 결렬 후 수차례의 법적 대응이 모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번 피습 사건은 이같은 일련의 줄패소가 1차적 원인이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된 윤씨는 경찰에서 "이의신청이 기각되면서 오히려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편지와 전화로 여러차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만나주질 않아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법원 관계자는 "조정 결렬은 B건설 측 이의신청 때문으로, 설령 윤씨가 박 위원의 조언을 무시하고 법원 권유를 받아들였을지라도 결렬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윤씨가 여권지도층 인사를 과신해서 벌어진 일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